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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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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가 조승우했다'… 13년 만에 돌아온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부산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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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큰 옷인가' 두려웠지만 최선 다했다"
제작사 통해 첫 공연 소감 밝혀
섬세한 연기력으로 유령의 인간적 면모 돋보여
6월 18일까지 이어져… 7월 서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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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조승우)이 노를 저어 크리스틴(손지수)을 지하 미궁으로 이끌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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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서 35년 이상 장기 공연 등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의 스펙터클을 구현할 기술적 요소 못지않게 주인공 유령의 복합적 감정 표현이 중요한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 소설 원작의 방대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뮤지컬에선 시적인 노래 가사와 함께 함축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유령 연기에 처음 도전한 배우 조승우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이야기의 여백을 꽉 채웠다. 1일 공연에서 조승우는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등장하는 장면에서조차 손 떨림까지 연기하며 흉측한 외모의 유령에게 외로움과 고독의 인간적 면모를 채색해 넣었다.

한국어 공연으로는 13년 만의 무대인 이번 '오페라의 유령'은 성악 전공자인 김주택, 전동석과 함께 조승우가 유령에 캐스팅돼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프리마 돈나 크리스틴, 귀족 청년 라울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인 '오페라의 유령'은 거장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이다.

20년 넘게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 온 조승우에게도 오페라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오페라의 유령'은 큰 도전이었다. 조승우는 카랑카랑한 철성으로 압도적 카리스마를 뿜어내야 하는 1막보다는 크리스틴을 떠나보내며 절망하는 2막에서 훨씬 더 돋보였다. 크리스틴이 떠난 후 유령이 "마스커레이드, 얼굴을 숨겨 찾지 못하도록"이라고 노래하며 원숭이 오르골의 한쪽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정수리에 키스하는 장면의 여운은 길게 남았다. 조승우는 첫 공연 후 "'내겐 너무 큰 옷인가' 싶어 두렵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고 편견, 선입견과 싸우느라 홀로 지치기도 했다" 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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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 역의 조승우가 '그 밤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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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한국 뮤지컬계의 성장세가 반영돼 있다. 우선 배우층이 두터워졌다. 유령뿐 아니라 이날 조승우와 안정적으로 무대를 함께 꾸민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와 라울 역의 송원근, 이들의 더블 캐스트인 송은혜(크리스틴)와 황건하(라울) 등 주역은 어느 조합을 선택해도 만족도가 높을 실력 있는 배우들로 꾸려졌다.

원작의 기술적 효과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뮤지컬 전용극장이 수도권 외 지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것도 시장 변화의 반영이다. 1톤 무게의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무대 앞으로 추락하는 장면과 가면무도회, 노를 저어 지하 호수를 건너는 명장면 등을 위해서는 22회 장면 전환과 82회 오토메이션 큐(자동화 제어 장치 신호)가 이뤄진다. 2019년 개관한 드림씨어터는 배튼(batten·무대 장치 걸이대)이 85개로 국내 공연장 중 많은 편에 속해 무대 효과를 풍성하게 연출할 수 있다. 이번 부산 일정은 지역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6월 18일까지 3개월 가까이 이어진다. 따라서 제작사 측은 서울에 편중된 한국 뮤지컬 시장의 한계를 넘어 지역 공연을 활성화하고 관객 저변을 넓히는 것을 이번 공연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부산 공연을 마친 뒤 7월에는 유령 역에 배우 최재림이 합류해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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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기립 박수로 공연에 화답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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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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