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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단독]대통령실 용산 이전 발표 1년… 상인들 “시위 소음과 매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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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35% 늘어… 올 두달새 954건

“손님 뚝, 매출 반토막… 가게 내놔”

내달 용산공원 개장땐 집회 더 늘듯

동아일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담장에 각종 현수막이 걸리고 팻말이 놓여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뒤 집회·시위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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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소음을 참을 수 없어서 가게를 내놨습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박수민 씨(32)는 지난해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부쩍 늘어난 집회 때문에 월 매출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고 했다. 박 씨는 “집회 참가자와 말싸움도 해 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며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가게를 부동산에 내놨다”고 하소연했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발표된 후 1년여 동안 용산구 내 집회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서에 신고된 집회·시위 건수는 2021년 2516건에서 지난해 3407건으로 약 35% 늘었다. 올 들어선 1, 2월에만 지난해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954건이 신고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된 집회·시위는 대부분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각지역 1, 2, 10번 출구 앞에선 주말마다 몇 건씩 집회나 시위가 열리는 실정이다. 삼각지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모 씨(71)는 “주말마다 집회 참가자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 때문에 가게 안에 있던 손님도 발길을 돌릴 지경”이라고 했다.

주민과 상인들은 집회를 마친 후 뒷정리도 잘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달 26∼28일과 이달 3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삼각지역 인근을 둘러보니 주말 집회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지하철역 출구 인근에 쌓여 있었고, 가로등과 나무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붙인 손팻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인근 주민 이모 씨(47)는 “주말에는 집회 인파에 버스 통행이 막혀 외출하기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집회시위법 개정을 위한 온라인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관할 용산경찰서도 지난해부터 집회·시위 소음 규정 위반 등을 전담하는 ‘집시반’을 수사과에 신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소음 등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가 심할 때는 하루 50건씩 소음 신고가 들어올 때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다음 달 용산공원이 개장을 앞두고 있어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집회가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사유지가 아닌 이상 경찰에 신고만 하면 공원 내에서도 집회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도 “집무실이 보이는 용산공원에 집회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올 2월 입법예고된 집회시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하반기(7∼12월)에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에선 “국민의 집회 시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아 입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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