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4 (금)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 교사 출신 존슨, 시카고 시장 당선…승리 이유·과제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폴 발라스 꺾고 당선…치안·세금·시의회 협력 난제 가득

뉴스1

브랜든 존슨이 폴 발라스를 꺾고 제57대 시카고 시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 가장 큰 관심사는 ‘치안 확보’였다. 존슨은 “취임 후 공공 안전이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당선 확정 후 지지자들 환호에 답하는 존슨 당선인.(사진=브랜든 존슨 페이스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카고=뉴스1) 박영주 통신원 = 전직 교사이자 쿡 카운티 커미셔너인 브랜든 존슨이 제57대 시카고 시장에 당선됐다. 4월 4일(시카고시각) 결선투표에서 상대 폴 발라스 전 시카고 공립학교 CEO를 제치고 승리했다.

시카고 교원노조(CTU) 지지를 받은 존슨 후보는 결선투표 결과 99% 개표가 이뤄진 상황에서 51%(287,551)의 득표율로 폴 발라스 전 시카고 교육감 후보 49%(271,443)에 앞섰다. 초반 열세에도 존슨은 개표 약 두 시간 만에 선두로 치고 나와 이후 격차를 벌리며 결국 승리를 확정했다.

발라스와 존슨 두 후보는 지난 2월 28일 시카고 시장 선거를 치른 9명 후보 중 1, 2위로 4월 4일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예상을 깨고 현직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3위로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패배가 굳어진 뒤 발라스는 트위터에 글을 남겨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존슨에 축하한다고 전화했다. 이제 시카고 발전을 위해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지지자와 우리 팀, 특히 가족에게 감사한다"며 "시카고, 고마워"라고 글을 남겼다.

당선을 확정한 존슨은 "오늘 밤, 우리는 희망의 힘, 조직화의 힘, 집단적 목소리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며 "내일이면 진짜 일이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 모두의 희망과 꿈을 반영하는 더 안전하고 강한 시카고를 함께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1

존슨 승리의 일등공신은 시카고 교원노조(CTU)였다. 시카고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규모가 큰 노조인 CTU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존슨 당선자는 ‘협력’을 강조했다. 사진은 존슨 당선이 확정된 직후 지지 연설에 나선 스테이시 데이비스 게이츠(Stacy Davis Gates) CTU 회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선투표, 존슨 승리 뭘 의미하나=이번 존슨과 발라스의 선거 운동은 시카고 표심을 둘로 갈랐다는 평가를 남겼다. 둘 다 민주당원이지만, 그만큼 대립각을 세웠다. 존슨과 발라스 대립 구도는 '진보-보수', '시카고 교원노조(CTU)-시카고 공립학교(CPS)', '교원노조-경찰노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존슨은 '노조'를 대표한다. 시카고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규모가 큰 시카고 교원노조(CTU)가 강력한 지지세력이다. 존슨은 전직 교사로서, CTU 노조 조직자이다. 그의 선거비용 90%를 CTU에 지원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발라스 진영에서는 '특정 노조에 휘둘리는 후보'라고 공격했다.

발라스는 시카고 경찰노조(FOP)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시카고 FOP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민주당 주지사와 시장의 코로나19 팬데믹 정책에 반대했고,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민주당 성지' 일리노이에 초청하기도 했다. 이 조직을 이끄는 존 카탄자라 위원장은 선거 직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존슨이 당선되면 경찰 최대 1,000명이 그만두고, 범죄 들끓는 거리는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발라스를 지원했다. 논란이 됐고, 발라스는 경찰노조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선거 내내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치안'이었다. 그만큼 시카고 범죄가 증가했고, 이에 대한 주민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다. 존슨은 백인 경찰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에서 비롯된 2020년 흑인 인권 운동 당시 '디펀드 폴리스'(Defund police)를 주장해 선거 내내 시달렸다. '매장도 보험으로 보상받는다'며 약탈을 옹호한 그의 발언도 큰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존슨은 "경찰의 자금 지원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공공 안전에 대한 보다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며 "공공 안전에 대한 저의 비전에 관한 한, 경찰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라스는 '치안은 내 1순위'를 강조하며 상대 후보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반면, 존슨은 '무늬만 민주당'이라며 발라스를 공략했다. 낙태권 옹호, '나는 속은 공화당원'이란 발라스 발언 등을 십분 활용했다. 개인 소셜미디어에서 보수 우익 성향의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시카고 트리뷴 보도도 발라스 발목을 잡았다.

존슨을 위한 선거 막바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시카고 지원 유세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즈음 발라스는 이에 대응하는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결국, 시카고 유권자들은 '진보'를 택했다.

뉴스1

브랜든 존슨이 폴 발라스를 꺾고 제57대 시카고 시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 가장 큰 관심사는 ‘치안 확보’였다. 존슨은 “취임 후 공공 안전이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당선 확정 후 지지자들 환호에 답하는 존슨 당선인.(사진=브랜든 존슨 페이스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느 지역, 누구 찍었나=발라스는 시카고 북서쪽과 남서쪽 도시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존슨은 레이크프론트와 에지워터, 앤더슨빌, 업타운, 레이크뷰, 로건 스퀘어, 링컨 스퀘어 등 진보적인 북쪽 지역구에서 선거 당일 급증한 투표율의 덕을 봤다는 게 악시오스 시카고의 분석이다.

지난 2월 28일 시카고 시장 선거에서 로리 라이트풋 현 시장과 추이 가르시아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며 시카고 남부, 특히 웨스트사이드의 여러 선거구에서 선전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연령별로도 확연히 갈렸다. 젊은 층 투표 증가가 존슨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2월 대비 25~34세 유권자는 1만 7,000명 이상 더 투표에 참여했다. 18~24세 유권자는 5,000명 이상, 35~44세 유권자는 7,000명 이상 증가했다.

반면, 발라스가 우세한 44세 이상 유권자 투표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4월 결선투표에는 시카고 전체 유권자의 약 1/3인 35.1%(558,547명)가 투표에 참여했다.

▲존슨 앞 해결과제는 무엇?=무엇보다 '시카고 치안'이다. 카탄자라 위원장은 선거 이튿날인 5일에도 WBBM 인터뷰를 통해 "(존슨이 당선됐으니 이제) 회원들이 남을지 떠날지 결정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했다"며 "앞으로 60일 동안 수백 명의 회원이 탈퇴하더라도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겁박했다.

존슨 시카고 시장 당선자는 경찰과 어떤 협력을 해나가야 할지를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카탄자라는 같은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첨언했다. 치안을 잃으면, 존슨도 힘을 잃을 것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존슨은 당선 직후 한 인터뷰에서 "취임 후 공공 안전이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공공 안전은 아주 오랫동안 시카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었던 것"이라며 "그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고, 이 도시를 통합하려면 우리가 앉아서 모두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문제도 주요 관심사다. 시카고를 포함해 일리노이 세금 부담은 '탈시카고', '탈일리노이'를 부추기는 중요 요소로 꼽힌다. 존슨은 '가진 자들의 세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고른 성장'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더 많은 기업이 시카고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의회에 대한 간섭을 피하기 위해 최근 시장의 정치적 권한을 일부 박탈키로 한 시의회와의 '공생'도 존슨 당선자가 헤쳐나가야 할 숙제다.

모든 당선자가 그렇듯 존슨도 같은 말을 했다. "저에게 투표하지 않은 시카고 시민도 소중히 여기며, 여러분을 위한 시장이 되겠다." 그의 당선사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시카고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존슨은 5월 15일(월) 제57대 시카고 시장에 취임한다.

yjpak1@gmail.co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