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슈 미술의 세계

바다잠수하며 완성한 '보물선' 정물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대표작 앞에 서 있는 미구엘 바르셀로 작가. Charles Dupra·타데우스 로팍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침몰한 보물선일까. 바닷속에 화려한 촛대, 꽃과 해골의 향연이 펼쳐졌다. 입체감이 도드라져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어진다.

스페인 마요르카섬 화산재와 해조류, 퇴적물을 섞은 안료로 환상적인 동굴 벽화나 부조(浮彫) 같은 회화를 선보인 작가는 스페인 현대미술 대표 작가 미구엘 바르셀로(66)다. 그가 30년 만에 한국 개인전 '그리자유: 빛의 연회장'(Grisailles: Banquet of Light)을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4월 15일까지 열고 있다.

2009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스페인관을 대표했던 그는 입체파 창시자 파블로 피카소와 여러 면에서 연결된다. 피카소가 20세기 당대 미술 중심지 파리에서 여러 화가와 교류하면서 본인만의 독창적 조형 언어를 구축했듯이, 바르셀로도 1980년대 뉴욕에서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과 교유하고 이후 서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떠돌다 본인 고향 마요르카섬에 안착했다. 또 피카소가 말년에 도자기 공예에서 새로운 예술 방식을 모색했듯, 그 또한 도자와 청동조각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맹활약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고향에서 자유롭게 바다 수영을 즐기면서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그 정신을 회화로 구현한 그리자유(Grisailles) 기법 연작을 집중해서 보여준다. 중세 화가들이 사용했던 기법인 그리자유는 단색조 색을 통해 명암과 농담으로 그리는 화법이다.

그림의 소재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와 스페인 정물화(bodegon) 전통에서 비롯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통한다. 물을 따라 부유하는 해파리와 꽃, 해조류가 가득한 그림 속에 다른 인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거대한 황소가 등장하는 붉은 그림은 원시 벽화의 강한 생명력을 상기시킨다. 작가가 피카소와 고야 등 스페인 회화 전통을 탐구하고 자기 식으로 새롭게 해석하면서 표현력이 더욱 풍성해졌다.

작가는 1976년 아방가르드 개념미술 그룹 'Taller Llunatic'에서 활동했고 1981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1982년 카셀 도큐멘타7 등에 참여하며 국제적 입지를 다졌다. 단테의 신곡을 묘사한 300점의 드로잉으로 주목받은 파리 루브르박물관 개인전(2004)과 제네바 유엔본부의 '인권과 문명간 연합의 방'(2008)을 위한 대규모 설치 조각으로도 유명하다.

[이한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