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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미술의 세계

손녀가 찾은 외할아버지 이완석과 천일화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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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랑 45주년 기념전 '밤하늘의 별이 되어'

연합뉴스

예화랑 전시 전경
[예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의 김방은 대표는 2년 전 여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충남문화재단에서 걸려 온 이 전화는 흑백 포스터 이미지의 작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재단이 찾던 작가는 이완석, 김 대표의 외할아버지였다. 외할아버지에 대해 잘 몰랐던 김 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이완석은 1930년대 일본 도쿄의 사립미술학교인 태평양미술학교에서 도안과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뒤 귀국해 종기를 치료하는 '조고약'으로 유명했던 천일제약에 디자이너로 취직했다. 그러다 6·25전쟁 직후 서울 종로 4가에 천일백화점이 생기면서 지배인을 맡았고 1954년에는 백화점 안에 천일화랑을 열었다.

천일화랑은 6개월가량 운영되는 데 그쳤지만 1954년 9월 '특별한' 전시를 남겼다. 전쟁 중에 52세, 47세, 38세로 세상을 떠난 김중현과 구본웅, 이인성의 유작 40여점을 수집해 소개한 '유작 3인전'이 천일화랑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세 작가의 흩어진 작품을 회고할 수 있는 최초의 시도로 화단적 의미가 큰 전시'(미술평론가 고(故) 이경성)로 평가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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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천일화랑 '유작 3인전' 포스터.[예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짧았던 천일화랑의 역사는 예화랑으로 이어졌다. 이완석의 딸 이숙영은 1978년 서울 인사동에 예화랑을 열었고 2010년 그가 별세한 이후에는 딸인 김 대표가 이모인 이승희 대표와 함께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예화랑 45주년 기념으로 5월4일까지 열리는 '밤하늘의 별이 되어'전은 이처럼 천일화랑에서 시작해 예화랑까지 생전 인연을 맺은 작가 21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구본웅의 드로잉 2점을 비롯해 오지호, 남관, 임군홍, 이인성, 김환기, 윤중식, 김향안, 손응성, 유영국, 최영림, 장욱진, 이준, 이대원, 임직순, 홍종명, 정규, 문신, 권옥연, 천경자, 변종하 작품을 모아 전시한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찾은 3인 유작전 관련 사진들과 자료들, 그리고 김 대표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완석 관련 자료들도 볼 수 있다.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구본웅, 김중현의 유족들이 참석해 당시 '유작 3인전'의 기억을 되짚었다. 구본웅의 차남 구상모씨는 "중학생 때 천일화랑까지 작품 심부름을 했는데 전시장이 아주 컸던 기억이 난다"면서 "3인전을 통해 먼지 속에 있었던 아버지의 그림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전시는 개인적인, 가족적인 인연을 넘어 한국현대미술사의 초기를 함께 했던 작가들의 작가 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려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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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3인전' 개막식 당시 열린 추도식 모습
[예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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