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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이슈 미술의 세계

즉흥적 몸의 흔적, 영원한 예술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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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나 후앙카 작가. 스페이스K서울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콜라주한다. 이 장면은 다음 작업의 밑그림이 된다. 그렇게 순환한다.

새하얀 곡면 전시장에 높이 6m가 넘는 거대한 벽화를 배경으로 거울처럼 관람객을 비추는 알루미늄과 스틸 조각이 세워져 있다. 조각 사이에 마치 위장색(camouflage)처럼 온몸을 진흙, 점토, 커피 등 천연재료와 특수 화장품으로 알록달록 칠한 여성 둘이 아주 천천히 그 공간을 배회한다. 그들의 위치에 따라 조각과의 관계나 전체 느낌도 달라진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정체가 모호한 향이 온몸의 감각을 자극한다. 관람객들은 이제 퍼포먼스를 볼 수 없다. 다만 흰 벽에 묻힌 인체 움직임의 흔적만 확인한다.

볼리비아계 미국인 여성 작가 도나 후앙카(43)의 첫 개인전 '블리스 풀(Bliss Pool·행복의 연못)'이 마곡동 스페이스K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가 연출한 퍼포먼스가 지나간 전시장은 과거를 상상하며 명상적 체험의 장소로 변했다.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드럼연주자로 출발한 소심한 작가는 보디 페인팅을 시작하면서 미술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에 매료됐다. 2017년 아트바젤 언리미티드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소개돼 주목받았다.

서울 전시를 위해 지난해 가을 마곡 전시장부터 답사한 그는 완만한 곡면 건축 구조에서 생명의 원천인 여성의 자궁을 떠올린 듯싶다. 정중앙에 연못을 상징하는 타원형의 설치대가 자리하고 그곳을 감싸듯 둘러싼 회화를 파노라마처럼 양쪽에 펼쳤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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