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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세월호도, 이태원도..."추모에 인색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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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생명안전공원 착공, 두 차례나 미뤄져

서울시의회 "부지 사용 기간 끝나…나가라"

서울시, 이태원 참사 유족과 대화 중단 선언

추모공간 두고 갈등 반복…"포용적 논의 필요"

[앵커]
떠난 가족을 온전히 추모하고 기억할 공간을 원하는 세월호 유족들의 바람은 참사 뒤 아홉 번의 봄이 오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8년 뒤 일어난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추모공간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우리 사회가 참사를 기억하고 대하는 방식,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박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2014년 봄, 세월호에서 목숨을 잃기 전까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이 동네에서 놀고, 배우고, 숨을 쉬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았던 세 개 동네가 나와요. 단원고등학교도 보이고…."

남은 가족들은 이제 이곳에 '4·16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서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몇 년째 첫 삽도 못 뜨고 있습니다.

참사 10주기인 내년 준공 계획이 행정 절차와 주민 반발에 막혀 두 차례나 미뤄졌습니다.

그 사이 물가가 치솟으며 사업비도 덩달아 올라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정부자 / 세월호 참사 유가족 : 두 번이나 연기가 된 상황이어서 유가족들도 답답하게 생각하고 정부가 해줄 마음이 있는 건지 의문점을 가지면서 너무나 답답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 재조성 사업 때문에 재작년 서울시의회 앞 16㎡ 넓이의 가설 건물로 옮겨온 세월호 기억 공간은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재단장이 끝난 광화문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지금 자리마저 지키기 어려워졌습니다.

시의회가 지난해 7월로 부지 사용 기간이 끝났다며 자진 철거를 권고하더니, 지난해 말부터는 무단 점유 변상금도 부과했습니다.

[정혜원 / 4·16연대 활동가 : (서울시의회에서) 여기 불법 건축물인데 저희가 봐주고 있는 건데, 라는 말씀을 꺼내세요. (서울에 있어야) 우리가 이런 사회적 아픔을 겪었지,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나,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지고….]

길 건너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8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사회적 참사인데, 유족과 대화 중단을 선언한 서울시가 변상금 2천9백만 원을 통보하고, 강제철거 가능성을 시사한 것까지 닮은꼴입니다.

[이정민 / 이태원 참사 유가족 : 시청광장으로 분향소를 옮기고 난 뒤에 정말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대형참사가 일어나고 나면, 추모 공간을 둘지부터,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로 설치할지를 놓고 갈등만 이어지면서, 정작 진정한 추모는 갈 곳을 잃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겁니다.

추모공간은 평생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유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인 만큼, 포용적이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현주 /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 : 어디 보이지 않는 뒷공간에 (추모공간이) 배치돼야 한다면 없었던 일로 취급하는 뉘앙스를 줘 유족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불과 8년 사이 우리 사회가 겪은 두 차례 대형 참사.

늦었지만,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할 방법을 함께 머리 맞대 고민할 때입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촬영기자 :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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