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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트라우마 유효기간은 10년?”…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곧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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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의료지원 내년 4월15일 종료

한겨레

4·16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앞 사고 해역을 찾은 희생자 가족 등이 해양경찰 경비함 위에서 추모식을 한 뒤 바다에 헌화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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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8반 지상준군 어머니 강지은(54)씨는 올해 1월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그는 “수술 전에도 근골격계 통증, 호흡·공황장애와 두통을 달고 살아왔다. 대부분의 (희생자) 부모들은 마찬가지 상황이다”라며 “누적된 스트레스 때문에 내과질환을 앓을 때도, 자궁·쓸개를 떼어내야 하는 외과적 수술을 받을 때도 세월호 트라우마와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면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년을 끝으로 지원 자체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닫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던 생존자 유가영(26)씨도 여전히 약을 먹으며 상담을 받는다. 유씨는 “주변에 보면 처음 1~2년은 잘 지낸다 싶었는데 갑자기 몇년 뒤 상태가 나빠지는 친구들도 많다”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평생 사람을 괴롭히는 장애인데, 기간을 정해두고 지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흘렀지만, 참사 생존자와 유족 등은 트라우마 및 각종 질병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은 내년 4월까지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의료지원금의 법적 기한이 내년 4월15일까지라서다. 이마저도 2017년 11월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부터 10년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시행령을 개정해 시한을 연장한 것이다. 2015년 3월29일 처음 시행령이 제정됐을 땐 의료지원금은 2016년 3월28일까지, 심리적 증상 및 정신질환 검사·치료비는 2020년 3월28일까지 발생한 비용만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지원 대상이 되는 ‘피해자’ 범위가 너무 좁다는 문제도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현행법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섰다가 부상을 입은 잠수사를 세월호 참사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 참사 당시 선체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 김관홍씨는 2016년 지병과 생활고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났다. 김씨 외에도 많은 잠수사들이 참사 때 입은 부상과 트라우마로 생업을 떠나야 했다.

전문가들은 트라우마 치료와 지원을 하면서 기한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설립된 안산온마음센터 정해선 부센터장은 “대체로 모두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고 공황장애, 우울증을 겪고 있다”며 “이제 성인이 된 생존 학생들은 신체화 증상(정신 활동, 심리 상태와 관련해 발생하는 신체 증상)으로 관절 등 정형외과 쪽이 좋지 않고, 희생자의 형제자매들도 전반적으로 위장염을 앓고 있다. 의료지원금이 끊기면 앞으로 살날이 많은 이들이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현정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장)도 “트라우마 반응은 만성 반응이라 살다가 어떤 스트레스가 생기면 다시 악화된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라며 “(의료지원) 기한에 제한을 두는 것은 트라우마 후유증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를 지역구로 둔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지원금을 기간 제한 없이 지원하고, ‘참사 피해자’ 범위에 구조 활동 등으로 부상 입은 잠수사도 포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제 갓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정부도 법률 개정을 검토 중이다. 국무조정실 세월호지원단 관계자는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지원금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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