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에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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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일들이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충북 충주에 사는 모승열(41)씨는 아내 그리고 여섯살 아이와 함께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았다. 거리는 멀지만 기억공간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아이와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억공간 앞에서 만난 모씨는 “마음 깊이 애도할 수 있는 공간들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월호 9주기를 맞아 모씨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기억공간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서울시 내에 유일하게 만들어진 기억공간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분향소 철거도 예고하고 있어 대형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공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는 지난 1월16일 4.16연대 쪽과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와 관련한 최종 협의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기억공간에 전기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던 서울시의회는 비판이 쏟아지자 전기를 제한적으로 공급(오전9시~오후6시)하고 있지만, 기억공간과 관련해 4.16연대 쪽과 어떤 논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기억공간 앞에서 진행되는 피켓 시위나 문화제 등도 제지되는 상태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유가족 쪽에 지난해 12월 공문을 보내 기억공간의 사용계약 기간이 지난해 6월30일로 만료됐다고 전한 뒤 행정대집행 등 조치를 예고하고 변상금 1300여만원을 부과했다.
이런 상황에도 서울시는 방관만 하고 있다. 당초 기억공간은 광화문광장 공사를 이유로 잠시 옮겨진 것이었지만, 서울시는 광장에 어떠한 구조물도 들어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기억공간을 보존할만한 대체 공간 등 별도 협의도 진행하지 않아 기억공간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수민 4·16연대 활동가는 “기억공간에는 많은 시민이 찾아온다. 부모와 아이들, 학생 등이 ‘이런 참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고 배운다”며 “10주기까지 기억공간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200m 남짓 떨어진 곳에는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있다. 서울시는 최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쪽에 변상금을 부과하고 분향소 철거를 예고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지금 서울시의 행태는 이태원 참사를 국민의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것과 같다”며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와) 결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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