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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대재해법 첫 구속에 기업들 촉각…“과도한 책임·불확실성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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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강 대표 중대재해법 1호 실형 선고

2010년·2020년·2021년 벌금 전력 문제

기업 “원청에 대한 책임 가중, 혼란 줄여야”

헤럴드경제

한국제강 본사 전경. [한국제강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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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중대재해법 1호 ‘온유파트너스’ 대표의 징역형 선고보다 더 강도 높은 판결이 나오자, 기업들은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강지웅 부장판사)는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26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B씨가 1.2t(톤)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것과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검찰은 안전보건 관리체계 책임자인 A씨가 하도급업자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 기준 마련을 비롯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에도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여러 차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을 문제 삼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0년과 2020년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되며 벌금형을 받았다. 2021년 5월에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고철 검수작업을 하던 40대 근로자가 고철을 하역하려고 이동하던 트럭에 치여 숨진 것이다. 지난 2월 대법원은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에서 그동안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으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책임을 다하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노동 종사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 대표자가 법정에서 실제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된 14건의 사례에는 모두 기업의 대표나 그룹 총수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다. 경영계 전반에서는 ‘제2의 한국제강’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달 말 삼표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삼표산업의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그룹 총수가 법정 구속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큰 기업은 아래에 많게는 4000여 개에 달하는 하청업체를 두고 있다”며 “많은 계열사와 임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룹 총수나 대표자가 하청 노동자까지 관리할 수 있는 구조나 상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도 “원청은 하청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없는데 원청에 대한 책임이 가중되는 상황은 기업에 과도한 책임과 불확실성을 준다”면서 “법 예측 가능성을 높여 산업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정부에 중대재해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경총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한국제강 대표이사의 법정구속이 나오자 정부에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모호한 중대재해법의 내용을 이유로 정부에 건의를 검토 중이다.

법조계는 기업에 걱정을 표하면서 추가적인 판례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김상민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는 “1호와 2호 판결에서는 사고에 대해서 중대재해법 위반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인과관계가 쉽게 인정됐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을 준수하더라도 단 하나 실수 때문에 중대재해법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부담과 걱정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선 판결은 피고 측이 안전수칙 위반 사항을 시인한 상황에서 재판이 이뤄진 사안”이라며 “향후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다투는 재판이 있어야 재판부의 기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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