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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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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산업 미화" vs "예능", 넷플릭스 '성+인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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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산업 긍정적으로만 묘사 비판

다큐 아닌 예능…지상파 아닌 OTT

제작진 "논의의 장 열고 싶었다"

일본의 성 산업에 종사하는 인물들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일본 편'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성 산업에 긍정적인 것만 부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제작진은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신동엽, 성시경이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예능프로그램인 '성+인물'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신 씨 등 출연진이 일본의 성인용품점, 성인 VR(가상현실)방 등을 찾아가 그곳을 소개하며 고객, 직원들과 대화하는 모습부터, 성인물에 출연하는 AV(Adult Video·실제 성행위를 포함한 성인 비디오) 배우들과 감독을 만나 업계에 대해 알아보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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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 촬영 현장.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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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산업 강제 촬영도…'예능 소재로 가볍게 소비' 비판

그러나 일각에서는 성 착취 논란이 있는 성 산업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긍정적으로만 묘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나우(HRN)는 지난 2016년 발간한 'AV 산업에 의한 여성·소녀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 보고서'에서 AV 산업은 계약사기를 통한 미성년자 유인·협박·성폭행·강제 촬영 등 범죄가 일어나는 산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HR은 "AV 촬영 과정에서 출연자들이 상처를 입거나 성폭행을 당해도 '동의', '연기'라 여겨져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AV 제작사는 연예인 직업을 동경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에게 모델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해 전속계약을 맺는다. 계약한 여성은 촬영 전날이나 당일에서야 자신이 실제 성행위를 동반하는 음란물에 출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여성은 거부 의사를 밝히지만, 업체 측은 계약을 파기하려면 위약금이 있고, 가족에게 음란물 출연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결국 출연을 시킨다는 게 HRN의 조사 결과다. 이런 문제로 인해, 2022년 6월 일본에서는 AV 출연이나 유통에 따른 출연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AV 출연피해방지 구제법'이 일본 참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 여성계는 AV 피해 방지법의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관련 법에 '시행 뒤 2년 이내 검토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조문이 있기 때문이다. AV 강제 촬영자 피해회복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성+인물'에 출연한 AV 배우들은 "(출연자가) 하기 싫으면 싫다고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한다. 또 "남자 배우가 대본에 없는 행위를 하거나 멋대로 구는 경우는 없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이기 때문에 '성+인물'에서 AV 산업 피해 여성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바로 이 지점이 위험하다는 견해도 있다. 성 산업에 대해 문제의식 없이, 이른바 '예능적 소비'만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도쿄에서 성 착취,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시민단체 '콜라보'를 운영하는 진흙 유 메노 씨는 2017년 한국을 방문해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 언급하며, 일본의 소위 JK비즈니스가 자국 내에서 엔터테인먼트화되면서 아이들이 위험에 쉽게 끌어들여졌다고 비판했다. JK는 일본에서 여고생을 뜻하는 '조시코세이(女子高生)'의 영문 약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도쿄 아키하바라 등을 중심으로 성행한 '여고생 코스프레 비즈니스'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JK비즈니스가 예능으로만 소비되며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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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제작진 "AV 미화 아냐…논의의 장 열고 싶었다"

제작진은 2일 '더팩트' 등 일부 매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효민·김인식 PD는 "'성+인물'은 각 인물을 통해 미시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제작 취지를 밝혔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AV 미화' 논란에 대해서는 "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 PD는 "제작진은 인물에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각자가 느끼는 고충을 조명했다. 시사·교양이나 보도 프로그램이라면 성 착취 문제를 충분히 건드릴 수 있겠으나, 예능 프로그램을 향해 '왜 이런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 밖은 교양이나 다큐의 영역"이라며 "(앞으로)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담론이 교양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로까지 뻗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V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는 "'AV는 착취'라고만 말하기엔 이미 AV 제작과 유통을 합법화한 나라가 많다"면서 "여성향 콘텐츠에 출연하는 남성 배우를 만난 이유도 'AV가 남자만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V 배우들을 인터뷰할 때도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정중한 태도로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는 '성+인물' 논란에 대해 지상파와 달리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절대적인 평가는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금 이 콘텐츠는 다큐멘터리로 다 풀어낸 게 아니다"라며 "(콘텐츠 장르는) 분명히 예능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인물) 이 채널은 지상파처럼 누구나 볼 수 있는 채널이 아니다. OTT라는 플랫폼에서 유료로 시청할 수 있다. 그 안에서도 성인만 시청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다분히 이 부분을 상업적으로 풀어내려고 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내용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어도, 콘텐츠가 '옳지 않다' '틀렸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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