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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특파원 시선] '전쟁 피로감' 차단하자…활발해진 젤렌스키의 순방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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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우방' 핀란드·네덜란드 잇달아 깜짝 방문…작년엔 10개월가량 '칩거'

연합뉴스

네덜란드 총리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헤이그 EPA=연합뉴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왼쪽)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군사기지 방문 중 웃고 있다. 2023.5.4 photo@yna.co.kr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2년 차인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잦아진 순방 외교로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비행기로 약 5시간 40분가량 떨어진 핀란드를 깜짝 방문한 데 이어, 당일 저녁에는 네덜란드로 이동해 1박2일 일정을 소화했다.

물론 방문 대상국 정부와는 사전에 일정 조율이 이뤄졌겠지만, 보안을 위해 매번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야 방문 사실이 공개되다 보니 늘 '전격' 혹은 '깜짝' 방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최근 그의 행보는 전쟁 발발 직후인 작년과 확연히 다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 2월 전쟁 발발 후 연말까지 10개월가량 우크라이나 국경을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전쟁 초반 격전이 벌어진 만큼 국외 이동 시 위험이 따르는 것은 물론, 군 통수권자로서 전선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안심 메시지'를 자국민에게 전달하는 게 우선이었을 게다.

그러다 전쟁 1주년을 두 달 정도 앞둔 작년 12월 미국 워싱턴 방문을 기점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 2월에는 영국·벨기에·프랑스를, 지난달엔 폴란드를 찾았다. 이후 한 달 만에 이번엔 핀란드, 네덜란드로 향했다. 모두 유럽 국가들이다.

목적지는 매번 달랐지만,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유럽의 안보'를 위해 대신 싸우고 있는 만큼 더 신속하고 적절한 군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핀란드·네덜란드 방문의 경우 효율성도 극대화했다.

핀란드에서는 북유럽 5개국 정상을 한꺼번에 만나 지원을 호소했고, 네덜란드에서는 회동 자리에 합류한 벨기에 총리로부터 2억 유로(약 3천억원)의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받았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2년 차에 접어든 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고위 외교 당국자도 지난 2월 초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자국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 지원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서방의 피로감과 맞서 싸우는 것이 우크라이나로선 중대한 과제가 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실제로 피로감은 우크라이나에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온 유럽연합(EU)에서도 조금씩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 1년간 탄약 100만발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EU는, 세부 추진 방법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약 두 달만인 이달 3일에야 지원 계획의 핵심 방안인 탄약 공동구매에 최종 합의했다.

뒤늦게 합의가 이뤄졌지만, 계약 업체 선정부터, 생산·전달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선 전쟁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서방의 피로감을 누그러뜨려야 할 엄중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핀란드로 향한 3일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보복을 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다음 날에는 20여기의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도 당분간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더 적극적인 외교전을 통해 서방과 연대를 다지려 할 것으로 보인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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