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비금융정보 활용 대출, 경기악화에 연체 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 기업 렌딧이 지난 4월 말 기준 연체율이 6.88%라고 최근 공시했다. 석 달간 꾸준히 총 10억원이 넘는 부실 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했는데도 연체율은 1년 전(3.63%)보다 약 1.9배 늘어났다.

그동안 렌딧은 자체 개발한 '렌딧 신용평가시스템'을 이용해 정교하게 신용평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사 데이터를 비롯해 월 소득, 신용카드 사용액, 공과금 연체 여부, 거주지 전세금, 매매가격 변동 추이 등 비금융 정보를 두루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비우량 차주에게도 대출 문을 넓혀줬던 '대안신용평가'가 이어지는 경기 악화로 인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량 차주와 담보대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시중은행에 비해 연체율이 많게는 수십 배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신비 납부 이력, 도서 구매 정보 등을 동원해 중저신용자, 신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에게도 대출을 직간접적으로 내줬던 핀테크 기업들이 연체율 급등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빅데이터, 기계 학습을 통해 신용평가를 할 수 있다고 했던 다른 P2P금융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수시로 대출채권을 매각하고 있지만 빠르게 오르는 연체율에 개인신용대출 상품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P2P금융 투자를 검토하던 저축은행들은 손실 우려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저축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P2P금융 기업들 중 제대로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연체율을 보면 저축은행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처럼 기술력이 높은 빅테크도 '선구매 후불결제(BNPL)' 서비스에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들 역시 쇼핑 내역을 비롯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파일러에게 대출을 해줬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토스의 BNPL 연체율은 5.00%로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페이는 2.70%로 1.44%포인트 증가했다. 은행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수십 배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연체율은 0.07~0.09%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신 규모와 포트폴리오가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대안신용평가 대출 연체율 증가 속도가 빠른 건 맞는다"고 말했다.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1금융권인 인터넷은행의 연체율 증가 속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 연체율은 0.58%로 1년 전(0.26%)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아직 1분기 말 연체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신용대출 비중이 높다는 특성상 카카오뱅크보다도 연체율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에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다. 최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저신용자 연체율 상승이 전체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대안신용평가 성능이 좋지 않자 인터넷은행들은 주택대출 시장에서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내세우며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규제는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 잔액을 늘리지 않으면서 맞추고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최대 약 -0.3%포인트까지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특판을 진행 중이다. 케이뱅크도 전세대출에 대해 최대 -0.1%포인트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