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t 미만 관공선, 최근 3년간 98건·1조4천억원 규모 계약
업계, 물가상승분 계약금액 반영·불합리 특약 삭제 등 요구
조달청, 선박 계약제도 관련 개선 방향 등 논의
용접 작업중인 조선소 직원 |
(부산=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죠, 계약제도는 발주 기관인 관공서에 유리하죠. 경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요."
10일 오전 초여름 날씨를 보인 부산 사하구의 동일조선소.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작업 중인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린다.
공공 조달 선박을 뜻하는 관공선(1천t 미만)을 건조 중인 이 조선소에서는 조만간 병원선 1척 진수를 앞두고 있고, 1척은 건조에 한창이다.
작업에 나선 직원들과 장비를 다루며 나는 소음 등으로 활력이 있어 보이지만, 해당 업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진수 앞둔 충남병원선 |
발주기관과 맺은 계약 내용 가운데 중소기업계 현장 여건과 맞지 않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면서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개선해달라는 볼멘소리가 중소 조선업계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관공선 계약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모두 98건, 1조4천억원 규모로 진행됐다.
지난해 기준 계약 금액은 5천463억원으로, 국내 총 선박 수주량인 57조5천800억원의 1% 수준이다.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 소속 기관 계약 금액이 전체 계약 금액의 75.6%를 차지한다.
관공선 건조와 관련한 212개 업체 가운데 중소기업이 202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5년 이후 14개 중소 조선업체가 부도·폐업할 정도로 많은 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 조선소를 운영하는 김성태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이에 더해 발주기관에 유리한 계약제도가 조선소 경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중소업계 현장 여건에 맞지 않는 규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수 앞둔 충남병원선 |
업계는 가격 중심의 낙찰제도 개선, 적정 납품 금액 보장, 물가 상승분 계약 금액 반영, 불합리한 특약 조건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동성조선 김수환 대표는 "공공선박의 건조 예산 확보 시점과 발주 시점, 건조 시점이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에서 낙찰 하한선인 88% 선에서 계약이 체결되면 원활한 기자재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물품별 특성을 고려해 낙찰 하한선을 최소한 95%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욱 조달청장은 이날 현장에서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 중소 선박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관공선 입찰제도의 불합리한 규제·관행에 대한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종욱 조달청장 현장 간담회 |
이 청장은 "조선업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핵심 산업으로, 중소 조선업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상반기 중 관계부처 회의 등을 통해 관공선 계약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중소 조선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 출범 이후 민·관 합동 규제혁신위원회를 통해 총 138건의 조달 현장 그림자 규제혁신과제를 발굴·개선했다"며 "공공 조달 전반의 '묵은 규제'를 하향식으로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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