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일임업', 보험 '헬스케어', 저축은행 '플랫폼', 설자리 뻿길까 '노심초사'
비금융 물꼬…벤처 투자 등 자회사 확장 통한 시장 잠식 우려도
지방·인터넷은행 "어려운 지방 경기·중저신용자 비중 고려, 영업 확장 쉽지 않아"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8차 실무작업반 회의'가 열렸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금융권 등 5대 시중은행을 제외한 업계 일각에선 은행의 비이자수익 확대 논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해당 논의는 사실상 시중은행의 금융사업 다각화와 비금융업 진출에 물꼬를 터주는 셈이기 때문에 동종 업계뿐만 아니라 은행권과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은행권이 투자일임업 진출을 강력히 요구하자 증권업계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현재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는 곳은 금융투자업권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올 초 부동산에 국한해 투자자문업을 은행권에 열어줬다.
증권업계는 은행에 투자일임업 진출까지 허용한다면 관련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는 이날 "증권업계 핵심 업무를 은행권의 안정적 수익 확보만을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 중소 증권사에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관련 업계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와 같은 비은행권도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이 활발해지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회사 보유를 통한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벤처 투자 확대 등 다양한 분야의 빅데이터를 선점한 회사들을 인수해 안정적이고 빠른 사업 확장이 가능해 질 수 있다.
일례로 보험업계는 은행권의 헬스케어 시장 잠식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최근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요양·상조 서비스를 결합해 '토털 라이프케어' 개념의 맞춤형 서비스 회사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며 "은행권이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과 제휴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 속에 자회사까지 만들어 관련 시장에 들어온다면 보험권의 신사업 경쟁력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시중은행의 플랫폼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디지털 신사업 확대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지만 최근 디지털 전환 추세에 발맞춰 관련 사업을 확대하려는 단계"라며 "그러나 추후 시중은행 앱에서 배달을 시키고 휴대폰을 개통하는 등 운영 허용 범위가 확장되면 해당 업권의 디지털 사업 확대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영세한 지방·인터넷은행업계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이자수익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어려운 지방 경기와 중저신용자 비중 확보 등 영업 환경을 고려하면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뱅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를 기반으로 영업을 확대하려면 자본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또 다른 분야에도 투자 진행 시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여력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며 "비금융 사업을 진행하려면 분야별 라이선스를 하나씩 채워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속도감 있게 비이자수익 쪽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전상현 기자 jshsoccer7@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