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100일 시민추모대회 중 기습적인 설치에 유감을 표하며 강제철거(행정대집행) 당위성을 강조하던 서울시와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극단적 선택까지 언급했던 유가족간의 갈등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정광연 사회부 차장. |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분향소가 설치된 후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서울시의 행정적인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강제철거라는 또 다른 비극만은 펼쳐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여전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영정이 땅에 떨어지는 잔인한 장면만은 피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태원 분향소는 서울광장 진입로 한편에 작게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날이 풀리면서 서울광장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지만 분향소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유가족들 역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차분하고 조용하게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주말에 아이들과 서울광장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서울시가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자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사람들이 분향소를 강제로 없애면서까지 이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불법이고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가족은 진상규명에 대한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면 분향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으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꼽고 있다.
하지만 그 간절함과는 별개로 특별법 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4당 183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 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제정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유가족들은 "200여일 지나서야 이제 막 특별법이 발의됐다. 특별법은 '정쟁' 법안이 아니라 '양심과 상식'의 법안"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어느 덧 200여일. 모두가 슬퍼했던 비극은 여전히 치유받지 못한 채 우리곁에 남아있다. 그리고 언제 유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라도 작아질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서울광장 한켠에 자리잡은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아직 수많은 난관이 남아있지만 적어도 그 공간만큼은 고통과 좌절로 인한 철거가 아닌 추모와 기억으로 자리잡기 위해 모든 이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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