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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아담과 이브는 없었다"…힘 잃는 인류 단일기원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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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동연구팀, 17일 네이처 논문 게재

"수백년만간 유전자 교류-지역 개체군 형성"

"아담과 이브는 없었다."

현대 인류가 아프리카의 한 곳에서 기원했다는 기존의 통념이 깨지고 있다.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컴퓨터 모델로 분석해 보니 인류는 한 곳에서 생겨난 게 아니고 수백만년 동안 다양한 교류를 통한 혼합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모로코에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화석 / 사진=CNN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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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대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의 한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다수의 개체군들의 교류에 의해 탄생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100만년 이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조상 개체군들은 모두 같은 호미닌(Hominin) 종족들이었지만 유전적으로 약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새로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현생 인류 중 아프리카ㆍ유럽인들의 유전자 데이터와 고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 DNA를 참조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고 유전학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단일 기원설'의 입증에 매달려 왔다. 아프리카에서 찾아낸 고대 인류의 화석에 '아담', '이브' 등의 별명을 붙이면서 인류의 기원지를 찾았다는 주장이 속출했다. 하지만 이같은 단일기원설 이론은 유전자 분석이나 고고학 발굴 조사 결과와 부합하지 않았다. 만약 인류가 한 지역에서 출발했다면 그곳과 가까운 곳일수록 오래된 유전자 데이터ㆍ유물이 수집되고 멀수록 반대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호모 사피엔스의 신체적 특징과 사용하는 도구가 비슷한 시기에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걸쳐서 동시에 나타났다.

연구팀은 캐나다 맥길대 시몬 그래블 교수가 개발한 고용량 컴퓨팅 능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방대한 양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했다. 기존 연구에선 유전자 정보 자체도 부족했고 주로 서부 아프리카 쪽 데이터에 치중해 아프리카 대륙의 방대한 유전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동ㆍ서 아프리카는 물론 남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나마족까지 광범위한 유전자 정보를 통합 분석했다. 세대를 거쳐 유전자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이동했는지 추적ㆍ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또 이주나 인구 병합 등을 감안해 수천 년 동안에 진행된 유전자의 흐름을 예측했다. 특히 이 결과를 오늘날 현대 인류들이 보이는 유전적 변이와 대조해 가장 일치하는 모델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현대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이 호모 사피엔스 종족이 갈래가 다른 고대 종족들과 교배한 후 고립되면서 형성됐다는 기존 설명을 뒤엎었다. 대신 고대 호미닌 종족 또는 인류의 조상들은 유전적 차이를 공유하면서 수천년 동안 일정한 지역에서 교배해 지역화된 개체군을 형성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아프리카 전역으로 이동해갔다.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약하게 구조화된 줄기 모델(weakly structured stem model)'이라고 명명하고 현생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다 확실히 설명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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