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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기록만 20만 쪽?’ 막 오른 이재명 대장동 재판…1년 반 만에 새 국면 맞이하는 대장동 재판의 변수는?[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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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3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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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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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부터 1년 5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 재판은 이달부터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한 재판이 이달 11일부터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 등이 ‘대장동 5인방’으로 불렸고, 이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으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이어온 끝에 올해 3월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고, 이에 따른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제 이 대표가 대장동 5인방에 앞서 의혹의 최정점에 서게 된 것입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 9606억 원 중 7886억 원을 민간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다양한 특혜를 주는 구조를 설계하고 공공이 가져갈 수 있는 4895억 원의 개발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주체가 이 대표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인수 후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인허가 이슈가 있던 관내 기업들을 접촉해 총 133억5000만 원의 뇌물을 받는 대가로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의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 “대장동·위례 사업은 유동규가 한 것” 책임 부인한 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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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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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서 변호인이 나와 이 대표의 입장을 대신 전했습니다.

대신 이 대표 측은 “대장동·위례 사업 관련해서는 유 전 직무대리 등이 민간업자와 결탁해 일어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의 번복된 진술에 기초해 피고인과 공모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언제 어디서 공모했는지 등 중요 내용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이어진 재판에서 내내 이 대표를 대장동 의혹의 실질적 총책임자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둘 중 한 명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부인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 측은 “성남FC는 일반 시민구단처럼 조례에 의해 설립된 산하기관으로 성남시에서 운영비를 책임진다”며 “시장직에서 물러나면 구단주 지위에서도 물러나기에 사유화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찰은 수백명 인력을 동원해 수백 회나 압수수색을 했지만 피고인이 단 한 푼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성남 FC 관련 ‘정치적 이익’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논리로 이재명을 얽으려고 하는데 검찰 스스로 무리수임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수사기록만 400권 달해…재판 최소 1~2년 걸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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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대구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김대중홀에서 열린 제105차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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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혐의와 별개로 쟁점이 된 건 재판 계획이었습니다. 이 대표 측과 함께 기소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 및 관련 증거가 너무 방대하다며 재판부에 충분한 자료검토 시간을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이 대표 변호인은 “현재 수사 기록이 대장동 관련 200권, 위례신도시 관련 50권, 성남FC 관련 100권 등 400여 권이고, 한 권에 500페이지면 쪽수로는 20만 페이지에 달한다”며 “기록 복사에만 여러 달이 걸려, 이후에 변호인의 의견을 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도 “(수사기록) 페이지가 20만 쪽이라, 복사비만 1000만 원에 달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검찰은 “자료가 방대한 건 맞지만, 자료 권수가 많지 적은 쪽수로 구성됐다. 진술 증거만 하면 그리 많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변호인 측 직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3명이 와서 복사한다. 지난번에도 다른 업무가 있다면서 갑자기 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측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내비쳤습니다.

이 사건의 재판은 재판부에서도 1~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 정 전 실장측 변호인은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성남FC 건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기록 검토에만 1년 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재판이 1~2년 이상 진행될테니 모든 기록을 파악하고 진행하는 것보다는 1년 이상 (재판이) 진행되면 그 사이에 (남은 기록 등을) 파악하면 될 것 같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8배로 커진 배임액, 난처한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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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남욱 변호사가 2월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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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장동 개발 특혜와 관련된 이 대표의 재판이 최근에야 본격화되면서, 기존에 1년 5개월 가량 재판을 진행해온 법원 역시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검찰이 올해 3월 이 대표를 과정에서 대장동 5인방 사건 등 기존 대장동 관련 사건의 혐의 사실도 대폭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2021년 11월 대장동 5인방을 기소할 당시 이들의 공소장에는 배임액으로 ‘최소 651억 원’이 적혔습니다. 하지만 추가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올해 이 대표를 기소할 때는 배임 액수를 4895억 원으로 재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28일 대장동 본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 공범인 이 대표의 기소 혐의를 반영해 대장동 5인방의 공소장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15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5인방에 대한 94차 대장동 공판에서 이 재판부는 이같은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재판부는 “1년 이상 심리한 기본 구조나 사실관계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내용은 아니지만 추가된 사실이나 공소사실 자체가 상당히 방대한 양”이라며 “다른 재판부 결과나 판단에 서로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어 고민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대장동 관련 재판은 여러 갈래로 쪼개진 상태입니다. 각각 증인과 피고인이 겹치는 경우도 많아서 일정 조율도 쉽지 않습니다. 이 대표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은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대장동 판박이’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형사1단독(부장판사 김상일)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정진상, 유동규 진술 신빙성 흔들기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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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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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상 전 실장 측은 날선 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유 전 직무대리의 증언 신빙성을 깨트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사건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사건 초기 혐의를 부인하던 유 전 직무대리가 지난해부터 진술을 바꾼 이유를 따져 물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의 조서에 ‘검사님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 진술을 번복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적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 전 직무대리는 “어떤 경우에도 꺾이지 않고 수사할 사람이 아니면 얘기해 봐야 저만 손해라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참고 있었다”며 “그러다 검사에게 ‘다 수사할 자신 있냐’고 묻자 (검사가) ‘그러려고 내가 (수사)한다’고 답했다”며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정 전 실장 측이 계속해서 자신의 검찰 진술 번복 내용을 파고들며 신빙성을 흔들자 “안 하려 했는데 정진상 반대신문을 해서 어떤 놈인지 다 밝힐 것이다. 술집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밝힐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의 신빙성 공격은 재판부에 ‘범죄 혐의가 의심의 여지 없이 소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조금이라도 무죄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되면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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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9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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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유 전 직무대리의 건강 문제도 재판의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이은 재판에 피고인, 증인 등으로 잇달아 출석하고 있는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법정에서 거듭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 등을 호소했고,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의 건강을 고려해 휴정을 하거나 증인신문을 일찍 마치기도 했습니다. 19일 예정됐던 정 전 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등 공판 역시 유 전 직무대리의 건강 문제로 이달 30일로 연기됐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2차 공판 준비기일은 방대한 기록 검토 등에 시간이 필요해 다소 늦은 7월 6일에 진행됩니다. 대장동 5인방에 대한 대장동 본류 재판은 다음달 5일 진행되고, 이날 공소장 변경 여부 등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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