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전화 6통'만 해도 스토킹 맞다" 판단한 법원,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여행 중 알게된 여성에게 사흘 동안 전화 6통, 문자 1통을 보낸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형사2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3)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A 씨는 2021년 11월 울릉도 패키지여행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 B 씨에게 사흘간 6차례 전화하고, 1차례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6차례 전화 중 첫번째만 B 씨와 통화한 것이고 나머지 5차례는 B 씨가 받지 않은 '부재중 전화'였다.

1심은 그러한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A 씨가 B 씨에게 남자친구와의 스킨십과 관련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넘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5차례의 '부재중 전화'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 상 '벨 소리'를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고, '부재중 전화' 표시는 통신사의 부가서비스에 불과해 글이나 부호를 도달하게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B 씨가 A 씨로부터 연락받게 된 경위에 주목했다. B 씨는 "A 씨가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먼저 전화하는 일 없다'며 연락처를 요구하고, '조폭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는 말을 들은 상황에서 다음 일정에서도 A 씨를 계속 마주쳐야 해 연락처를 줬다"고 진술했다.

6차례 전화 중 첫 통화에서 A 씨는 B 씨에게 남자친구와의 스킨십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B 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A 씨는 '이런 질문을 하는 숨은 뜻을 파악하지 못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B 씨는 A 씨의 전화를 거부하고 여행 내내 그를 피해다녔다.

재판부는 이를 미뤄 보았을 때 A 씨가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전화기가 만들어낸 벨 소리나 진동음, 부재중 전화 표시도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부호·문언·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따지는 정보통신망법과 달리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부호·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므로 A씨의 행위는 결국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아야만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한다면, 발신 행위 자체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갖게 됐음에도 전화를 받을 때만 범죄가 성립되는 이상하고도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판시했다.

paq@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