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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G7 정상회담

尹·기시다 고개숙인 한국인위령비…뒷면엔 "거대한 파괴마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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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의 주 무대가 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은 일본 히로시마(広島) 시내 중심에 있는 12만 2000㎥ 규모의 공간이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전하기 위해 1954년 문을 연 공원에는 피폭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원폭 돔'과 '평화기념자료관', 희생자들을 기리는 50여개의 위령비, 탑 등이 들어서 있다. 2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함께 참배한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도 이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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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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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가 열린 3일 간 참가국 정상들은 모두 이곳을 찾았다. 19일에는 G7 정상들이 공원 중심에 있는 원폭희생자위령비(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를 참배한 후 자료관을 방문했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개국을 포함한 G7 정상이 함께 자료관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참관국 정상들이 기시다 총리의 안내로 40여분간 자료관을 둘러봤다.

자료관에선 히로시마가 원폭 투하 후 버섯구름에 뒤덮이며 잿더미로 변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재현된다. 원폭 피해자들의 각종 유품과 폭발 이후 남은 잔해들, 다양한 사진과 그림 등이 원폭의 참혹함을 전하고 있다. 1955년 개관 후 약 7600만 명이 찾은 이곳에선 원폭 피해자들의 체험담 강연 등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히로시마가 지역구인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G7 정상들의 자료관 시찰과 관련해 "피폭의 실상을 전하는 것은 핵 군축을 향한 모든 노력의 원점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주도로 1970년 4월 설립됐다. 본래는 평화기념공원 바깥에 있었으나, 재일 한국인과 일본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1999년 7월 공원 안쪽으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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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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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5m의 비석 뒷면에는 한글로 '위령비의 유래'가 적혔다. "1945년 8월 6일의 원폭투하로 인해 2만여 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 히로시마 시민 20만 희생자의 1할에 달하는 한국인 희생자 수는 묵과할 수 없는 숫자이다" 등의 내용이다. 이어 "거대한 파괴마(破壞魔)는 한국인이라고 해서 조금도 관대하지 않았다"며 "원폭 투하 이후 25년간 쉴 곳이 없었던 영혼의 안식처를 마련하는 것이 비석 건립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부부는 21일 오전 7시 35분 이곳을 찾아 백합 꽃다발을 헌화하고 허리를 숙여 약 10초간 묵념했다.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며, 일본 총리로는 1999년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당시 총리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참배를 마친 후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 부부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기도를 올렸다"며 "이것은 한·일 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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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회담장으로 사용된 '그랜드 프린스 호텔 히로시마'.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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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은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무대



G7 회담은 '그랜드 프린스 호텔 히로시마'에서 열렸다. 히로시마시 남단의 작은 섬 우지나시마(宇品島)에 있는 이 호텔은 도심과 한 개의 다리로만 연결된다. 경호에 적합한 위치로 지난 2016년 G7 외무장관 회의 등 주요 국제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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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은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濱口竜介)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무대이기도 하다. 영화 주요 장면들에 등장한 후 히로시마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 동안 호텔이 위치한 우지나시마에선 통행증을 소지한 주민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도 행사를 위해 21일까지 문을 닫았다.



히로시마=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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