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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G7서 선물보따리 거머쥔 젤렌스키…'외교 승부수' 또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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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표방해온 인도 총리와 단독 회담 성사…"외교적 대승"

美, 5천억원 군사지원 추가약속…망설이던 F-16 지원도 급물살

연합뉴스

21일 젤렌스키 대통령 G7 기자회견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깜짝 방문하면서 두둑한 선물 보따리를 챙겨가게 됐다.

그간 국제 무대에서 과감한 행보로 승부수를 띄워 각국의 지지를 얻어낸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에도 군사, 외교 성과를 손에 쥐고 금의환향하게 됐다는 평가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막을 올린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20일부터 전격 방문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개막 직전까지도 젤렌스키 대통령 일정은 화상 참석 정도로만 알려졌다가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거쳐 일본까지 직접 날아와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첫 아시아 방문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세계 이목이 쏠렸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결사 항전을 선언하고 고국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은 채 15개월째 '골리앗에 맞선 다윗'으로 전쟁을 이끄는 그는 이번 일본 방문에서도 특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세계 열강이 물밑에서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G7 외교 무대에서 '센터'를 차지했다.

그는 우선 그간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지 않은 채 '중립'을 표방해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갖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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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제안한 평화 공식에 동참해 달라고 모디 총리에게 공식 요청하면서 이전까지 미국과 유럽, 그 동맹국 정도로 묶여있던 서방 연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지대로 분류돼 온 중립국까지 손길을 뻗치는 데 일단은 청신호를 켜게 됐다.

AFP 통신은 이를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외교 전선에서 대승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G7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장기적 지원을 약속했으며, 특히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국가)를 끌어들이려는 손짓을 했다고 진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포함한 G7 정상과도 한층 강화된 밀착을 과시하면서 두둑한 군사 지원을 약속받았다.

우선 그간 F-16 지원에 선을 그어 온 미국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F-16 전투기 조종 훈련을 돕겠다고 밝히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숙원을 성사할 강력한 지렛대를 얻게 됐다.

서방은 이른바 '국제 연합'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F-16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을 때 그에게 전투기에 관한 "아주 긍정적인 진전"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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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UPI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추가 군사 지원에 대한 약속도 잇따랐다.

2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따로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다음 단계의 군사 지원 내용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이번 군사 패키지에는 탄약과 장갑차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트위터에서 언급하며 "370억달러(약 49조원)에 달하는 재정적 지원과 3억7천500만달러(4천981억원)에 달하는 새 군사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지뢰 제거 장비, 긴급후송차량 등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일본 방문에서도 코미디언 출신 특유의 쇼맨십과 입담으로 국제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우크라이나로 끌어왔다.

그는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원폭자료관을 방문한 뒤 현지 기자회견에서 "히로시마 사진이 바흐무트를 떠올리게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아예 모든 게 파괴됐다. 아무것도 없다. 인적이 사라졌다"며 전쟁의 참상을 언급하고는 히로시마처럼 우크라이나도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 매우 뜻깊은 지원의 상징이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G7의 연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 일정 중 일부는 불발되기도 했다.

그는 22일 '비동맹' 연대의 하나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양측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정상의 문제로 룰라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다고 밝히면서 '회담 불발이 실망스럽냐'는 질문에는 "그가 실망했을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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