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한 요양원 학대 정황
대표는 요양보호사 눈치만
전북 군산의 한 요양원에 입소했다 퇴소한 치매 환자 A(57)씨. A씨 아내는 남편이 입소했던 요양원에서 남편의 주요 신체 부위를 비닐로 묶어 뒀던 사실을 확인했다. MBC 보도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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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치우기 귀찮다는 이유로 노인 항문을 기저귀로 틀어막은 요양병원 간병인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전북 군산의 한 요양원에선 입소 환자의 주요 신체 부위를 비닐로 묶어 뒀던 사실이 알려졌다. 피해자의 아내는 "해당 요양보호사들은 사과 한마디 없다. 너무 분하고 비참하다"고 토로했다.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양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OO에 묶어 놓았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의 남편 A(57)씨는 4년 전 전두측두엽 치매에 걸린 후 최근 거동이 급격히 불편해져 2월 전북 군산에 있는 요양원에 입소했다. 작성자의 아내가 집에서 돌봐왔지만, 간병 중 남편과 함께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쳐 수술하게 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입소 후 수시로 요양원을 찾아 남편의 상태를 확인하던 아내는 입소 두 달 만인 19일 남편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에 병원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작성자는 여성 어르신들과 함께 지내던 4인 생활실에서 요양원 직원이 가림막도 없이 남편 기저귀를 가는 것을 보고 남편을 그날 바로 퇴소시켜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작성자는 "남편이 면회 갈 때마다 매번 울었다"며 이 CCTV를 보고 퇴소를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집에서 기저귀를 갈아줄 때도 수치스러워서 많이 힘들어한 사람이었다"고 적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남편의 몸에서 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한동안 소변을 보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낀 아내가 기저귀를 확인해 보니, A씨의 신체 주요 부위가 비닐봉지에 묶여 있었던 것. 작성자는 "기저귀를 보던 순간, 뉴스에서나 보던 사건이 제 눈앞에 펼쳐졌다"며 "속기저귀를 넣어 일회용 비닐봉지로 성기를 묶어놓은 상태였다"고 썼다.
요양보호사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해당 요양원에서 계속 근무 중이라고 한다. 요양원 직원들은 이 사건 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학대 관련 언론 보도가 나와 작성자가 걱정할 때마다 "이 요양원은 원장이 철두철미하게 교육을 시켜 요양보호사들이 힘들어할 정도라 (남편이)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고 마음 편하게 지내라"고 안심시켜 왔다고도 했다. 작성자는 "요양원 관련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같이 분노하며 슬퍼하던 제가 이런 일을 겪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비참해서 일분일초를 겨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 남편은 퇴소했지만, 그 요양원에 입소해 계신 어르신들이 너무 걱정이 된다"며 "더 이 사건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작성자 신고를 받은 보건복지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선 해당 요양원에 대해 조사 중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을 학대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상해를 입혔다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된다. 요양병원 등 노인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사람이 노인학대를 저질렀을 때에는 1.5배까지 가중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작성자의 남편은 65세 미만이라 관련 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작성자는 "조사관들은 남편 나이가 65세가 넘지 않아서 어떤 법적 조치도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며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요양원에 입소한 것인데 65세 미만 피해자들은 요양원에서 피해를 입으면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나,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버지 몸속에서 속기저귀를 발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조사 결과 이 글은 사실로 밝혀졌고, 가해자로 지목된 간병인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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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선 가로세로 각각 25㎝ 길이 배변 매트 조각 4장을 항문에 넣은 간병인 B(68)씨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해당 간병인은 이 같은 범행을 한 이유에 대해 "변을 자주 치우기 싫어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글에는 "저희 할머니도 군산 한 요양원에 입소하셨다가 돌아가셨다. 자식들 힘들까 봐 돈 내고 보내는 요양원에서 눈치 보고 참고 계셨던 할머니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요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어머니 말을 들으니, 화장실 가는 게 귀찮다고 식사를 조금씩만 주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를 지적하면 다른 요양원으로 가면 된다고 퇴사해버려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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