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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와중에…북한, 중러 국경에 대규모 장벽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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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최소 489㎞ 걸쳐 철조망·콘크리트 장벽 등 설치·보강"

"밀수·탈북 경로 차단…김정은, 지배력 강화 목적에 국경 통제"

연합뉴스

북중 접경에서 총 들고 경계 근무 서는 인민군 병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중국·러시아와 맞닿은 국경에 새로운 장벽을 세워 국경 보안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정권이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을 통제하면서 내부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와 2019년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시기에 촬영된 북한 국경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최소 489㎞에 걸쳐 철조망과 콘크리트 장벽, 이중 울타리 등이 새로 설치되거나 확장됐다고 보도했다.

위성 이미지 상태나 지리적 특징 등의 제약으로 국경 전체(약 1천418㎞)를 조사할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국경 장벽을 보강한 셈이다.

새로운 장벽의 대부분은 산 같은 자연 장애물이 없는 인구 밀집 지역 주변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만강 북동쪽 국경 근처에선 평평한 농업 지역에도 새로운 시설물이 눈에 띄었다. 미들베리 연구소의 데이브 쉬멀러 선임연구원은 "이쪽엔 마을이나 도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국경 출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할 자연 경계물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해 영국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에 문의를 넣었으나 답변을 듣진 못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해당 상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과 북한은 국경의 보안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소통을 유지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
(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2022.8.1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로이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선언하며 "국경과 전연, 해안과 해상, 공중에 대한 다중적인 봉쇄 장벽들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보강할 것은 보강하고 새로 차단할 것은 차단하면서 봉쇄의 완벽성을 기하라"고 명령한 것에 주목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볼 때 국경 장벽 강화를 사실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중국 국경 인근에서 일하는 한 탈북자는 로이터에 "보안 카메라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고, 철조망과 전기 울타리를 포함한 여러 겹의 울타리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특수 국경 부대가 추가로 배치됐다고도 전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두만강 연안의 회령시 주변 국경 7.4㎞ 구간엔 2019년에 이미 상당한 길이의 철조망과 망루 5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북한은 지난해 4월까지 이 구간을 따라 169개의 초소와 9㎞ 이상의 울타리를 새로 만들거나 보강했다.

HRW의 한국 담당 선임 연구원 리나 윤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19를 핑계로 새로운 철책과 감시 초소, 기타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 운동가나 탈북자, 중국 내 소식통 등은 북한의 이러한 장벽 설치가 북한 내 취약 계층의 경제적 생명줄을 끊고, 북한으로부터의 탈출을 봉쇄하며,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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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3.24 prayerahn@yna.co.kr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의 최대 80%가 '장마당'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국경이 폐쇄돼 시장 활동이 급격히 축소되는 바람에 취약 계층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우려했다.

탈출로가 막히면서 탈북자 수도 대폭 줄었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67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1천47명보다 크게 줄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간의 국경 통제, 제3국에서의 이동 제한 등의 영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도운 김모 목사는 로이터에 "정세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전통적인 북한-중국 (탈출) 루트는 이제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핵무기 개발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김 위원장이 북한 내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이처럼 국경 통제에 힘을 쏟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북한 인권 단체 링크(LiNK)의 박석일 국장은 로이터에 "북한의 국경 강화는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성 향상 같은 최근 몇 년간의 긍정적 변화를 늦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고 팬데믹이 진정되면 북한 정부가 이런 제한을 정당화하는 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중 접경 망루에서 경계 근무 서는 인민군 병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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