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속 '자연불용'에 잉여금·기금 여윳돈까지 20조 재원확보?
부산항 신항 |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세수 확보'에도 한층 부담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당국은 하반기 경제가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에 무게를 두고 점차 국세수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세수 펑크'만으로 추경 논의에 나서기는 섣부르다는 입장이지만, 하반기 성장세와 맞물려 세수 부족이 이어진다면 결과적으로는 추경론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29일 현재 재정당국은 가용재원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세수부족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불용'(不用)을 비롯해 세계잉여금, 기금 여유재원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불용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행위다. 통상은 편성된 사업이 중지되거나 해당 연도에 집행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할 때 활용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국회에서 "강제 불용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필요한 예산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불용액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불용'에 국한한다면 총지출의 2% 안팎, 10조원가량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결산자료를 보면, 불용액은 지난해 12조9천억원으로 총지출의 2.2%에 달했다.
2021년 8조3천억원(1.6%), 2020년 6조6천억원(1.4%), 2019년 7조9천억원(1.9%), 2018년 8조6천억원(2.3%), 2017년 7조1천억원(2.0%)이 각각 불용 처리됐다. 지난 2011~2016년 평균적으로는 11조5천억원 불용이 발생했다.
들쑥날쑥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10조원 안팎의 여유재원이 생긴다는 뜻이다.
세계(歲計) 잉여금도 활용 가능하다. 2022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의 일반회계 잉여금 6조원 가운데 지방교부세,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상환 등을 제외한 순수한 여윳돈은 2조8천억원이다. 자유로운 활용에 제한이 있는 특별회계 잉여금 3조1천억원까지 최대한 활용한다면 5조9천억원이다.
그밖에 기금 여유재원은 구체적인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최대 5조원을 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한국은행 2023년 경제 전망 |
이들 재원을 모두 총동원한다면 대략 20조원대까지 가능하다는 추론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이 24조원 덜 걷히면서 '세수 펑크' 우려가 커졌지만 아직은 추경 없이 가용재원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저해할 수 있는 섣부른 추경론에 선을 긋고, 모든 가용재원을 총동원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하반기 경기사이클과 맞물린 세수 수치를 예단하기 섣부른 데다, 자연스러운 불용 역시 연말에 이르러서야 윤곽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다만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더디고 세수 확보에도 난항이 지속된다면 종국에는 추경 논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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