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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이나 울린 '부재중 전화'...대법 "스토킹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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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그래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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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수십차례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기는 것도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와 싸운 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차단 당하자 타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화를 건 것을 비롯해 약 1달 동안 9차례의 메시지를 보내고 29차례 전화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휴대전화를 통해 피해자에게 글이나 말이 도달하게 만들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2심 역시 선고 형량은 1심과 같았지만 일부 혐의에 대해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다. 첫 번째 통화만 이뤄졌을 뿐 나머지 28번의 '부재중 전화'를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었다.

이에 대해 2심은 단 한 번의 통화로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부재중 전화' 표시가 스토킹처벌법에서 말하는 글이나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등이 표시돼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실제 전화 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스토킹 행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우연한 사정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시켜 부당하다"며 "A씨는 적어도 미수신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나 진동음이 울리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스토킹처벌법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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