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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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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뮤지컬 ‘식스’ 도전…솔지 “변화무쌍 서사·음역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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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더 뮤지컬’ 캐서린 하워드役

변화무쌍 감정·음역 불구 기량 발휘

데뷔 18년차 “EXID는 집 같은 곳”

헤럴드경제

솔지가 데뷔 18년 만에 뮤지컬에 도전했다.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EXID 시절보다 화려한 의상으로 무대에 오른 솔지는 80분 내내 무대를 지키며 가수 솔지에게선 본 적 없던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엠컬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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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EXID 시절보다 더 화려한 의상으로 무대에 올랐다. 가창력으로 말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발성의 정석’. 가수 솔지(34)가 생애 첫 뮤지컬 무대에 섰다.

“여섯 명의 배우들이 80분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고 계속 노래하고, 춤을 춰요. 가만히 있는 것 같을 때에도 끊임없이 연기를 하고 있죠.”

영국 웨스트엔드를 발칵 뒤집고, 미국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식스 더 뮤지컬’.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이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에서 막을 올렸다. 헨리 8세에게 가장 핍박받은 사람을 가리는 왕비들의 ‘불행 배틀’을 담아낸 쇼뮤지컬이다. 솔지가 맡은 역은 다섯 번째 왕비 캐서린 하워드. 공연이 한창인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솔지를 만나 첫 뮤지컬 도전기를 들어봤다.

가창력 끝판왕에게도 어려운 도전…“변화무쌍 서사와 음역”뮤지컬은 솔지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도전하고 싶은 분야였는데, 가수로 대중음악을 시작하고 팀 활동을 하다 보니 쉽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 속에만 품고 있던 꿈”을 다시 펼친 것은 이 작품을 만나면서다. 고민은 적지 않았다.

“뮤지컬은 하고 싶었지만, 오디션과 EXID 10주년 앨범 준비가 맞물려 바쁜 때였어요. 좀 욕심을 내는 건 아닐까 싶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뮤지컬은 독특하다. 짧고 굵은 ‘쇼 뮤지컬’이다. 여섯 왕비들이 자신의 일대기를 각자에게 주어진 노래로 부른다. 배우들의 가창력이 일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작품인 셈이다. ‘팝 종주국’에서 태어난 뮤지컬답게 작품 속 캐릭터는 팝스타들에게 영감을 받아 다시 태어났다. 솔지가 맡은 하워드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섞인 캐릭터다. 역사 속 인물과 현재의 팝스타가 만나 솔지에게 입혀진 셈이다. 한국 공연과 오리지널 공연의 큰 차이점이 있다. 원작은 팝스타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려 보여준 반면, 한국 공연은 모티브가 된 주인공이 아닌 각자의 스타일로 만든 여섯 왕비로 보여준다. 솔지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도 아닌 솔지 자신만의 인물을 만들었다.

‘가창력 끝판왕’이라는 수사를 달고 다니지만 뮤지컬 넘버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하워드의 넘버는 음역대가 오락가락한 데다, 그 안에 서사가 휙휙 바뀌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심지어 “빠른 노래 안에 가사가 굉장히 많고”, 그러면서도 관객들에겐 “너무 빠르다고 느껴지면 안되는 곡”이기에 보컬리스트로의 테크닉 발휘도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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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지가 데뷔 18년 만에 뮤지컬에 도전했다.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EXID 시절보다 화려한 의상으로 무대에 오른 솔지는 80분 내내 무대를 지키며 가수 솔지에게선 본 적 없던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엠컬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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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데 어렵게 들리지 않는 곡이에요. 음률이 많고, 각각의 노트를 딱딱 찍어주면서 다이내믹을 잘 끌고 가는 것이 중요했어요.”

하워드의 삶은 여섯 왕비 중 가장 드라마틱하다. 어린 시절부터 남성들에게 성적으로 착취 당한 삶은 변칙적인 음역에 담긴다.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되는 노랫말, 탁월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가창력에도 관객들이 몸 둘 바를 모르는 순간이다.

“처음엔 다소 생각 없어 보이기도 해요. 그저 ‘섹스 심볼’인 줄 알았던 하워드의 감정선이 노래 안에서 다이내믹하게 오가요. 뭔가를 알아가고, 슬퍼하고, 절규하고, 절망하는 모습에서 관객들도 많이 당황하는 것 같더라고요. 공연을 보러 온 지인들도 언제 박수를 쳐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첫 도전은 합격점이다. ‘식스 더 뮤지컬’을 고른 것부터가 ‘영리한 선택’이었다.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주면서, 길지 않은 호흡으로 감정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무대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개막을 앞두고 발목 인대 파열로 한 달간 무대에 서지 못했다. 연습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매일 아침 10시에 출근해 치열하게 연습했다. 함께 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컸다. “원래 대로라면 6주간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속성으로 치료와 재활을 하고 무대에 섰어요.” 지금도 완치 상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매일의 무대는 솔지에게 또 다른 충만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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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솔지 [아이엠컬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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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8년차…“EXID는 돌아갈 집…지금에야 나를 알겠다”어느덧 데뷔 18년차. 지난 긴 시간 솔지의 가수 인생은 ‘오뚝이’와도 같았다. 발라드 듀오 2NB로 데뷔, 지난한 무명의 시절을 보냈다. 2015년 EXID가 ‘위 아래’로 역주행을 하기 전까지 그는 수면 아래 존재하던 가수였다.

“지금에야 저를 좀 알 것 같아요. 제가 뭘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지를요. 고등학교 때 데뷔했어요. 세상을 마주하기엔 나약하고 어린 나이였는데, 부딪히는 것이 많다 보니 그 땐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저에게 아물지 않은 상처도 있고요. 그러면서 이겨내고, 또 상처가 나고, 굳은 살이 생겼어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무대에서 보내는 동안 솔지는 ‘많이 참는 사람’이었다. “거절하는 방법도 몰랐고, 조금 힘들어도 스스로 손해보는 쪽”을 택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터지는 일들이 생기고”, “사람들의 관계에서 힘듦”을 마주했다. ‘영광의 순간’도 빨리 찾아오진 않았다. 솔지가 지금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 때는 “EXID 역주행 이후 ‘뮤직뱅크’에서 첫 1위를 했을 때”다.

“역주행 이전에도 6년의 무명 시절이 있었어요. 당시도 제게 주어진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는데, 1위라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았어요. 그 때가 손에 꼽는 행복한 순간이에요.” 그 모든 경험들을 이젠, 학교에서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솔지는 역대 최연소 실용음악과 교수님이기도 하다.

EXID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활동을 하면서, 다시 모일 날들을 기약하고 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달라 방향의 차이”는 있지만, “기다려주는 팬들과 서로의 마음을 모아 함께하는 날”을 그리고 있다.

“제게 EXID는 언제나 돌아갈 집 같은 곳이에요.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소중해요. 온 국민에게 ‘위 아래’라는 곡으로 사랑을 받았고, 그룹을 통해 우리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가족도 돌볼 수 있게 됐어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지 않냐고 동생들과 항상 이야기해요. EXID가 있었기에 뮤지컬도 할 수 있었고요. 지금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행복이에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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