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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모자이크 코리아] 27개국 출신 원팀 된 조선소 … 통역직원 상주하고 심리상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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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5 경제강국 ◆

매일경제

안전교육도 실시간 통역 제공 울산 HD현대중공업 통합안전교육센터에서 태국·베트남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과 관련한 기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교육 현장에 통역요원(왼쪽 셋째)을 배치해 신입 근로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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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찾아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통합안전교육센터.

3591㎡(약 1088평) 규모 건물에는 태국·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온 입사 7개월 차 신입 직원 10여 명이 체인블록과 레버풀러 사용법을 배우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으로 1t이 넘는 무거운 부품을 옮길 때 사용하는 장비다. 대형 선박을 만드는 작업에서 크레인 사용은 필수다. 이날 교육은 사고 예방을 위해 회사가 법정 안전교육시간 외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특별안전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2인 1조로 짝을 이뤄 한국인 교관에게 설명을 듣고 세심하게 레버 조작 요령을 익혔다. 뒷줄에 선 직원들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떼지 않고 동기들이 실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교육은 한국어로 진행됐지만 이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인 교관의 설명이 끝날 때마다 전담 직원 두 명이 곧바로 통역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교육을 받은 베트남 출신 동반칸 씨(37)는 "안전수칙을 자세히 알게 돼 좋았다"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과거 불황기에 심각한 인력 유출을 겪었다. 최근 수주 호황기를 맞았지만 국내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조선업계는 정부 도움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수혈해 '천신만고' 끝에 모처럼 찾아온 수주 호황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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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전문 통역인력을 채용하고 매주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도 외국인 근로자 주거비 지원을 비롯해 이주 정착을 돕고 있다.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E-9 비자)의 조선업 현장 투입에 속도를 가해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30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재 울산조선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27개국 2400여 명에 달한다. 조선업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요 조선소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두 자릿수를 넘었다. 올해 1분기 기준 HD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미포조선을 합해 외국인 노동자가 5700명에 달한다. 전체 외주 직원 가운데 약 20%에 해당한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에 외국인 근로자를 각각 1600명(11%), 1100명(9%) 채용했다. 조선 3사가 올해만 1000명 안팎의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 채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5월 기준)까지 외국인 약 1300명을 채용했다"며 "업황이 갑자기 악화되지 않는다면 연말까지 1200명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비율이 높아지면서 현장에서는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우선 전문 통역인력 22명을 채용했다. 이 중 13명은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 거주 외국인이다.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서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4회 총 10시간이 배정된다. 삼성중공업도 E-7 비자 외국인 정착 지원금을 비롯해 별도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신규 입국한 근로자 일부가 회사를 무단 이탈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에 외국인지원센터 운영 범위를 넓혀 심리상담까지 제공하는 등 조기 정착을 돕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지원센터 인력은 15명이지만 탄력적으로 운영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입사 7개월 차에 국적별로 4시간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일선 현장에서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통역 애플리케이션 사용 교육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8개 언어로 만들어진 외국인 근로자용 안전가이드 핸드북을 배포하고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며 "사내에서 지원하기 힘든 소수 국가 언어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나 한국산업인력공단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의 투입에 속도를 더하면서도 현장 의견을 청취해 제도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E-9 비자에서 조선업 쿼터(5000명)를 신설한 고용노동부는 최근 접수를 마친 올해 3회 차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 신청에서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업 사업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착 지원금 확대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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