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를 찾은 관람객이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전용 가상현실(VR) 헤드셋을 통해 볼류메트릭으로 구현된 K팝스타 제이미의 미니콘서트를 즐기는 모습./SK텔레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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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과 같은 가상세계에서 어색하게 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한때 인기를 끌었던 메타버스가 사망했다. 그의 나이 향년 3세였다.”
美 미디어 컨설팅 기업 EXPR의 에드 지트론 최고경영자(CEO), 비즈니스인사이더 기고 칼럼 中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 IT 업계를 강타했던 메타버스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일찍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국내 통신 3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북미, 유럽, 중동 지역 49개 국가에 진출한 SK텔레콤은 그나마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KT, LG유플러스는 여전히 베타(시범서비스)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데다 이용자 관심도까지 낮아 고전이 예상된다.
3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메타버스 이용 현황 및 이용자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메타버스 이용률은 4.2%(전체 응답자 9941명 중 417명)에 불과했다. 연령대별로는 6~10세 미만의 이용률이 20.1%로 가장 높았고, 이후 10대(19.1%), 20대(8.2%), 30대(3.1%), 40대(2.5%)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동물의 숲’ 26.9%, ‘제페토’ 26.6%, ‘마인크래프트’ 19.9%, ‘로블록스’ 16.2% 등 게임 기반 플랫폼을 이용했고, ‘메타폴리스(3.7%)’ ‘게더타운(1.2%)’ 등 가상 오피스나 교육 기반 플랫폼은 이용률이 저조했다.
이용자 기반 확대가 어려운 메타버스의 고질적 한계가 드러난 조사 결과다. 실제로 어린이,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기대했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하나둘 손을 떼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 3월 전담 부서를 해체했고, 자사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의 이용연령 제한을 18세 이상에서 13세 이상으로 대폭 낮추며 10대 공략 의지를 밝혔던 메타는 슬그머니 메타버스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출연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인공지능(AI)에 쏟고 있다”고만 했다.
국내 통신사들의 메타버스 플랫폼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는 지난 2월 8일 30만7810명이었던 일 사용자수가 이달 7일 18만4216명까지 떨어졌다. 활성 기기수도 지난해 5월 기준 511만대에서 매달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4월 463만대로 9.5% 줄었다. 베타 버전으로 출시된 KT ‘지니버스’, LG유플러스 ‘키즈토피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달 1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두 플랫폼의 다운로드 수는 각각 1만회, 100여회 남짓을 기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니버스와 키즈토피아의 상용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통신 3사는 되려 메타버스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사업 철수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산업이 지금은 비록 동력을 잃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가상세계 구현이 가능해지면 반드시 재조명받을 것이란 게 3사의 판단이다”라고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 이후 옥석이 가려지고 있는 시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비대면 시기에 메타버스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컸고, 이제 제 속도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원종서 KT 융합기술원 팀장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S타워에서 열린 ‘ KT 메타버스 DX 스터디’에서 발표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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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는 제각각 메타버스 전략을 수정하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SK텔레콤은 개인화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 3일 ‘이프홈’을 선보였다. 이용자가 4가지 지형과 6개 건축물 가운데 각각 하나를 선택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 기능이다. 이프랜드의 ‘싸이월드화’로 이해하면 쉽다. 이용자는 이 공간에서 글과 사진·동영상을 게시할 수 있고, 방문객은 여기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하반기에는 경제 시스템을 도입한다. 크게 ▲이용자간 공간 꾸미기 등 3D 콘텐츠 거래 ▲이프랜드 내 노래방 이용권·강연 입장권 등 프리미엄 기능 판매 ▲모임 진행 호스트 후원 ▲희귀 대체불가토큰(NFT) 아이템 판매 등의 적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KT는 AI와의 시너지 창출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7월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자사 대규모 언어모델(LLM) ‘믿음’을 기반으로 한 NPC를 선보인다. 고도화된 NPC로 AI 고객센터(AICC), 육아 상담 등 특화 시장을 공략한다는 포부다.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실제 상점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방식의 수익 모델도 실험한다. 다만 이주철 KT 융합기술원 팀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점료 부가 관측에 대해 “사업부서가 생기고 정식 버전이 출시된 후에야 수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PC, 가상현실(VR) 헤드셋 시장 진입도 고려 중이다. 지니버스는 현재 모바일 환경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이 팀장은 “지니버스 이용 화면은 전반적으로 녹색 계열로, 푸르르다는 느낌을 준다”며 “이런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세대·직업별 맞춤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대학생 전용 플랫폼 ‘유버스’에 이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U+가상오피스’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어린이용으로 먼저 선보인 키즈토피아는 올해 3분기 공개를 목표로 정식 버전을 개발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중심의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플랫폼 출시 전에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MVP 버전’을 내놓고, 이후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의 성패가 결국 ‘실재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주호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이제까지 나온 메타버스 플랫폼들을 보면 왜 실패론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며 “시각을 제외한 청각, 촉각 등 나머지 감각은 재현하지 못했다. 이용자들을 위한 인터랙션 콘텐츠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아직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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