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0 (목)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선관위 차장, 인사담당자에 전화해 딸 추천"…아빠찬스 총 10명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31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총장직을 외부에 개방하는 등 선관위 개혁안을 발표했다.

중앙일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특별 감사 결과와 채용 제도 개선 등 자체 개선안을 발표 하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날 경기 과천 선관위 청사에서 긴급 위원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갖고 “누구보다도 공정해야 할 선관위가 고위 간부의 자녀 특혜 채용과 부정승진 문제로 큰 실망을 드렸다”며 “참담한 마음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개혁 방안으로 ▶특혜 채용 의혹 수사 의뢰 ▶외부기관과 합동 전수조사 ▶사무총장직 외부 개방 ▶외부 인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도입을 발표했다. 노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철저한 자기반성과 근원적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표는 자체적으로 조사해 온 특별감찰과 전수조사, 전날 있었던 위원회의 등 내부 논의 끝에 도출됐다. 특혜 채용을 부인해오던 선관위가 박 총장, 송 차장을 포함해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김정규 경남 총무과장을 수사 의뢰하기로 한 건 2주간의 감찰 과정에서 “4명 모두 자녀 경력 채용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주었을 가능성이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광주 남구청 9급 공무원이던 박 총장의 딸이 지난해 1월 전남선관위가 실시한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9급으로 채용되던 과정에 “당시 사무차장이던 박 총장이 채용 승인 결재를 회피하지 아니하고 결재하였던 점” 등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봤다. 또 송 차장의 딸이 2018년 충북 단양 선관위 경력직 공모에 채용된 과정엔 “당시 송 차장이 직접 인사담당관에 전화해 자녀를 소개ㆍ추천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특별감찰과 별도로 진행되던 선관위 5급 이상 직원 전수조사에서는 수사 의뢰된 현직 4명 이외, 김세환 전 사무총장 등 6명 전직 간부의 자녀 채용도 확인됐다. 선관위 측은 “퇴직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은 추후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외부기관과 합동으로 전ㆍ현직 직원과 친족 관계 전반을 전수조사하겠다”고 외부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다.

중앙일보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사무총장직 외부 개방은 실현될 경우 35년 이어진 관행을 깨는 것이다. 1988년 이래 선관위는 내부 승진만으로 사무총장을 임명해왔다. 이밖에 노 위원장은 특혜 채용 경로로 꼽혀온 미공고 채용을 전면 폐지하고, 경력 채용 자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경력채용 면접위원도 100% 외부위원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제기된 '선관위원장 사퇴'에 대해 노 위원장은 “현재로서 사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특혜 채용 의혹은 노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5월 이전에 있었던 일들”이라며 “어제 오늘 있었던 위원회의에서도 노 위원장 거취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노 위원장이 사퇴를 거부한 데 대해 “잘못했지만 책임지지 않겠다는 영혼 없는 사과”라고 지적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노 위원장이 외부 기관과 합동으로 친족 관계 전반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선관위가 참여한 전수조사의 결과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자정 능력을 상실한 선관위에 전수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현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 차원에선 국정조사도 잠정 합의됐다. 선관위가 독립 기관임을 내세워 감사원 감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점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감사원 감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짚어봐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에 국정조사 제안 사실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도 “특혜 채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국정조사 논의에 착수하겠다”(이소영 원내대변인)고 답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선관위가 독립성을 내세워 견제 없는 무풍지대로 지내온 게 지금 문제의 시발점”이라며 “오늘 발표와 국정조사는 사후약방문일 뿐 선관위가 내부든 외부든 감시와 견제를 받을만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