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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피고 징역 35년 구형… DNA 검출에 '강간살인미수' 변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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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살인미수보다 무거워… 피해자 옷에서 가해자 DNA 나와

뉴스1

지난해 5월22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가해 남성 A씨가 피해자를 발로 차고 있다.(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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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경호업체 직원 출신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 검찰이 항소심에서 가해 남성에게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31일 부산고법 형사2-1부(최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A씨(30)에게 징역 35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땐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살인미수→강간살인미수' 혐의 변경… 'DNA 검출'이 결정적

검찰은 지난 22일 피해자 B씨 옷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재감정 회신을 토대로 A씨에게 적용했던 살인미수 혐의를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변경했다. 강간살인미수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에 해당하며 최대 형량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살인미수 혐의보다 훨씬 무겁다.

이에 앞서 검찰은 사건 당시 B씨가 입고 있던 청바지·속옷·상의 등 121개 부위 샘플(표본)을 채취해 대검찰청 유전자 감식실에 재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청바지 안쪽의 허리·허벅지·종아리 부위 등 4곳과 카디건 1곳에서 A씨의 Y염색체 DNA가 검출됐다.

검찰은 A씨가 B씨 바지를 일부러 벗기지 않는 이상 이런 부위에서 DNA가 검출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번 DNA 검출이 A씨의 성범죄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할 목적으로 뒤따라가 치명적 가격을 통해 실신시킨 후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옷을 벗기다 발각이 우려되는 상황에 처하자 서둘러 현장을 벗어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범행이 잔혹하고 대담한데도 피고인은 오히려 구치소에서 보복성 발언을 하는 등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해 남성 "환청 들렸다" 주장하며 성범죄 혐의 부인

그러나 이날 실시된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성범죄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A씨는 "술은 마신 후 택시를 잡는 과정에서 B씨와 마주쳤는데, B씨가 내게 뭐라고 욕하는 듯한 환청을 들었다"며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잠시 담배를 피우며 왜 내게 그랬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밖에서도 정신과 약을 복용해 내게 뭐라고 하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피해자가 쓰러진 후 계속 발로 가격했는데 왜 그랬느냐'는 검찰의 질문엔 "잘 모르겠다"며 "피해자를 때릴 때 처음엔 여자인 줄 몰랐고 하이힐이 벗겨지는 걸 보고 여자인 줄 알았다"고 답했다.

A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띵' 하는 소리가 들려 피해자를 (사각지대로) 옮겼다. 때리고 나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사람과 마주쳤을 때 그 불안감 때문에 다급한 마음이 있었다"며 "내가 (B씨를) 강간할 목적이었다면 (바닥에 떨어진) 소지품을 챙겼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발각이 두려웠다면 건물을 빠져나가면 되지 않았느냐'는 물음엔 "사람마다 개인적인 생각이 다 다를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 옷을 올리거나 바지를 내린 적도 없고 단추를 푼 적도 없다"며 "피해자에겐 죄송하지만 살인이나 강간할 목적이 없었다. 잘못한 행동은 죗값을 받겠지만 거짓된 부분도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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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남언호 변호사가 지난 17일 부산지법에서 기자들에게 피해자가 입고 있던 청바지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그린 그림. .2023.5.17/뉴스1 노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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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후 '강간 미수사건' 검색은 왜?… 피해자 "살려 달라"

반면 B씨 측 변호인은 "항소심 쟁점은 성범죄 여부였다. 1심에선 폭행 행위에 대해서만 법적 판단이 내려졌다"며 "사건 전후로 피고인이 보였던 행동과 목격자들의 구체적 증언, 재판부가 했던 이례적 검증까지 A씨의 성범죄를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 변호인은 "사각지대 7분간의 진실이 이제야 드러났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는 반드시 실체적 진실에 의거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도 "이 사건 이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약을 먹지 않으면 2시간 만에 잠에서 깬다"며 "그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1년이 걸렸다. 지난 1년 동안 하루하루를 피고인이 적은 반성문과 탄원서 등 2차 가해 속에 살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더 이상 이 사람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신상 공개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아무 죄가 없는 선량한 시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부디 간절히 부탁한다. 살려 달라"는 말도 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6월 12일 오후 2시 부산법원종합청사 301호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의 변경된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작년 5월2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B씨를 성폭행하기 위해 몰래 뒤따라가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여러 차례 발차기로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쓰러진 후에도 재차 발차기로 머리를 가격했고, B씨를 둘러업고 CCTV 사각지대로 이동해 강간을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초 목격자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 따르면 당시 B씨 청바지가 골반까지 내려가 있고 상의도 약간 올라간 채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선 A씨의 성범죄 여부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둬왔다.

B씨는 이 사건으로 8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 등 상해를 입었고, '해리성 기억상실장애'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사건 이후 휴대전화로 '서면 묻지 마 폭행' '서면 실시간 사건' '서면 강간미수' 등을 검색했다. 본인의 성범죄가 들통 날까봐 불안한 마음에 검색한 것으로 보이지만, A씨는 이날 "징역을 살다 나오면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1심 재판부는 작년 10월 살인미수 혐의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량이 높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사건 당시에도 B씨 속옷과 겉옷 일부분에 대한 DNA 감정이 실시됐지만 이땐 A씨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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