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동아국제금융포럼]
‘뱅크 4.0’ 저자 브렛 킹 강연-대담
‘2023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브렛 킹 모벤 창업자가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2050년의 은행 점포는 인공지능(AI)에 의한 데이터센터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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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에는 은행 지점이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실패한 은행의 상당수는 통폐합돼 사라지게 된다.”
미국 인터넷은행 ‘모벤’의 창업자이자 ‘뱅크 4.0’의 저자인 브렛 킹은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은행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핀테크가 플랫폼 경쟁력을 내세워 전례 없는 속도로 고객 기반을 넓히며 전통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기존 은행이 살아남으려면 혁신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킹은 2011년 모바일 스타트업 뱅크 ‘모벤’을 설립했으며 현재 핀테크 및 은행산업 전문가이자 미래학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날 ‘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뱅크 4.0’을 주제로 한 강연과 이성용 아서디리틀컨설팅 대표와의 대담에서 은행산업이 나아갈 미래와 방향을 제시했다.
● “2050년 은행은 AI에 의한 데이터센터”
킹은 스마트폰 뱅킹이 보편화돼 기존 은행권이 설 자리를 잃었다면서 최근 미국 중형 은행의 연이은 파산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킹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은행의 명성이 온라인에서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며 “미국 은행 계정의 약 66%가 온라인화된 상황에서 디지털을 수용하지 못한 은행들 역시 순차적으로 통폐합,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0, 30년 후 은행들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킹은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에 모바일 지갑이 있는 것처럼 언제나 손쉽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뱅킹 4.0’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2050년의 은행은 당신의 신용대출을 승인하는 직원도 없고, 현금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인공지능(AI)이 수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050년의 은행 점포는 AI에 의한 데이터센터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킹은 또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해 실제 현금이 필요 없게 되고 ‘스마트 계약’이 일상화될 것”이라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전통적인 지위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그는 전통 은행들이 혁신에 뒤처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고도 경고했다. 킹은 “전통 은행들은 혁신이나 상품 개발, 고객 만족 측면에서 새로운 수요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늦었다”며 “기존 은행들은 리스크를 짊어지길 대단히 꺼렸고 기존 사업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고자만 했지, 상품 혁신은 전통 비즈니스에 위협 요인으로 인식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직원 1인당 100만∼2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 반해 미국의 일반 지역은행들은 고작 1인당 3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낸다”며 “은행들이 혁신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을 꼽으라면 (경직된) 조직 문화를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은 변화에 두려움 없는 게 강점”
킹은 앞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기자본비율, 부실채권비율 등의 전통적인 지표 대신 고객 경험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얘기다.
그는 “핀테크 산업에서는 고객의 사용 가치, 디지털 확장 등이 주요 지표로 쓰이고 있다”며 “주요 국가에서 핀테크 시가총액이 기성 은행을 넘어선 만큼 금융기관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도 자연스레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킹은 한국의 금융산업 상황도 상세히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핀테크’라고 평가했다. 은행 점포의 감소가 고령층의 금융거래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함께 공동 점포를 만들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킹은 한국이 은행산업의 격변기에 살아남으려면 지금처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강점은 변화나 신기술에 대한 적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인 한국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상당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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