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8)씨는 지난해 모임에서 알게된 B씨에게 사귀자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A씨는 만남을 거절당하고도 계속 연락을 하자 B씨는 지난해 8월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A씨의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그럼에도 A씨의 연락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2월 12일 오전 1시 43분부터 오전 4시 44분 사이 B씨의 의사에 반해 B씨에게 895차례 전화를 걸었다. 6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극도의 불안감·공포심이 생겼다.

광주지방법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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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895차례 중 638차례는 A씨가 발신자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했고, 257차례는 자기 번호로 걸었다. B씨가 A씨의 번호를 차단해 수신 기록(2차례만 부재중, 나머지 전부 차단)만 남았다.

A씨는 결국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지법 형사 10단독 나상아 판사는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장은 A씨가 집요하게 전화를 걸고 전화번호를 띄우는 행위로 B씨에게 불안감·공포심을 줬다고 봤다. 재판장은 “피해자의 고통, 스토킹 범행이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고 A씨가 이후 연락하지 않은 점, A씨가 범행을 인정하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최근 대법원이 실제 통화와 상관없이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겨 상대방에게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은 스토킹 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라고 판단해 일부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에 새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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