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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택시-모빌리티 업계

"콜택시 아니다" 멍에 벗었지만…4년새 타다는 콜택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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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타다 로고가 붙은 자동차가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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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죄가 없습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불법 콜택시’라며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불법 멍에를 벗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일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전 VCNC 대표, 쏘카와 VCNC 법인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VCNC는 타다의 운영사, 쏘카는 타다의 모회사다.

혁신 서비스로 주목받던 타다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내몰렸다. 이번 무죄 확정 판결로‘불법’ 딱지는 뗐지만, 법정 다툼이 진행되는 동안 표 계산에 몰두한 정치권이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며 혁신 동력을 잃었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2018년 출시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탑승을 원하는 장소와 이용 시간을 지정하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배정해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택시 호출 앱과 비슷하지만 렌터카 업체인 쏘카에서 차를 빌리면서 일반 운전기사를 함께 호출하는 개념이다. 출시 직후 타다는 호평을 받으며 약 8개월 만에 2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타다의 흥행은 택시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서울개인택시조합 등은 “쏘카가 불법 콜택시 영업을 했다”며 이재웅 전 대표 등을 2019년 검찰에 고발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면허 없이 영업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조항을 들었다. 검찰 역시 “타다는 콜택시 서비스”라고 보고, 같은 해 10월 이 전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1·2심 “타다는 초단기 승합차 임대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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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타다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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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심 재판부는 약관 등을 근거로 “타다는 모바일 앱 기반 렌터카 서비스이고, 타다 이용자와 쏘카 사이엔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전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쏘카는 승합차 렌트 계약의 연장선상으로 이용자 편의를 위해 운전기사를 알선해 차량을 제공하는 것일 뿐, 택시와 같이 운송계약을 맺고 승객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2심도 무죄였다. 재판부는 “약관 문구에 따르면 타다 서비스는 기사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타다는 택시와 달리 노상에서 이뤄지는 승차 요구에 즉흥적으로 응하지 못한다”며 “기존에 허용된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에 IT와 발전된 통신기술을 결합한 것만으로 사업의 본질적인 내용이 달라진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쏘카가 타다 서비스 출시 전부터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수차례 협의를 한 점 등을 들어 법을 어기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타다 금지법’에 서비스 종료…콜택시 된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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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법정에선 콜택시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정작 타다는 법정 다툼 동안 콜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기존 영업 방식이 불법이 됐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여론을 의식한 국회는 렌터카 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결국 타다는 한달 뒤 타다 베이직을 비롯한 모든 서비스를 종료했다. 타다 관계자는 “타다 금지법으로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기사가 영업을 하려면 기여금을 내야 하고, 증차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했다”며 “영업이 가능하긴 하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타다가 빠진 모빌리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건 대기업인 카카오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 수는 2019년 말 1507대에서 2021년 말 3만6253대로 증가했다.

2021년 토스에 인수된 뒤 타다는 택시 면허를 보유한 택시 기사들과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고급·대형 택시 사업에 진출했다. 현재 타다는 대형 승합차 택시인 ‘타다 넥스트’, 블랙 세단 택시 ‘타다 플러스’,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 3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타다 관계자는 “기존 타다 베이직 모델로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도권 안에서 사업을 일으키는 시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모빌리티 혁신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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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타다 불법 논란' 관련 여객자동차운수사업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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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전 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다”면서도 “그 사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앉혔다”고 비판했다. 2000여개 스타트업이 회원사로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타다는 불법이라는 수사기관의 낙인과 타다 금지법의 시행으로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모빌리티업계 안팎에선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다 사태는 10년간 일궈 낸 모빌리티 혁신의 흑역사”라며 “정부와 국회가 신생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디테일까지 규제하는 사이, 한국의 기업가들은 이 땅에서 사업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재차 확인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구(舊)산업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소비자 이익도, 혁신도 놓친 나쁜 본보기”라며 “지금도 변호사 플랫폼, 원격의료, 미용의료, 세무회계 등 여러 분야에서 기득권의 강고한 반대로 소비자 편익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다를 반면교사 삼아 기술혁신을 대하는 법조계와 정치권의 자세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도 “타다 사태는 스타트업 업계에 ‘당위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상처와 교훈을 동시에 남겼다”며 “현실적으로 조직화된 힘 없이는, 정계의 문법을 모르는 채로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걸 업계가 깨닫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쏘카는 타다 금지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쏘카가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은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원고(쏘카) 승소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병준·김정민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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