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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유정 할아버지 “공무원 시험 다음달인데… 유족에 백배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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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사람 해치고 싶은 욕망 채우려고 온라인서 대상자 물색. 사이코패스 기질 짙어. 시신 유기는 다음 범행으로 나가기 위힌 시도로 연쇄살인 성향 지녔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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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시신을 유기하기에 앞서 지난달 26일 여행용 가방을 챙겨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 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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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의 할아버지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유족에 백배사죄하고 싶다”는 심정을 밝혔다.

지난 1일 MBC에 따르면 정씨의 할아버지는 “내가 손녀를 잘못 키운 죄로 유족들한테 백배사죄하고 싶고, 내 심정이 그렇다”고 말했다.

정씨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왔고, 5년 넘게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할아버지는 “다음달 10일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다. (손녀는) 독서실, 도서관 이런 데 공부하는 과정에 있었다”면서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져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후 부산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23세 정유정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정씨는 지난달 24일 과외 중개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중학생 학부모’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 A씨(20대)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이틀 후인 같은 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부산 금정구 소재 A씨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그를 살해했다. 이때 정씨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교복을 입고 중학생 행세를 했다. 그는 ‘영어과외 시범수업’을 받겠다며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A씨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정씨는 마트에서 흉기와 락스, 비닐봉지 등을 구입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대형 여행용 가방을 챙긴 뒤 A씨의 집으로 돌아가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 일부는 가방에 보관했다.

다음날인 27일 오전 0시50분쯤 정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시신 일부가 담긴 여행용 가방을 택시에 싣고 평소 산책하러 자주 가던 경남 양산의 낙동강 변 풀숲에 유기했다.

당시 정유정을 태운 택시 기사가 새벽 시간에 여성이 혈흔이 묻은 가방을 끌고 풀숲으로 들어간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범행이 발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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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이 정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그는 범행 세 달 전부터 인터넷에 ‘살인’, ‘시체없는 살인’ 등과 같은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서관에서 다수의 범죄 관련 소설을 빌렸는가 하면, 평소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잔혹범죄를 학습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살인 해보고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에 대한 충동이 생겨 범행에 이르게 됐다”라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이 사건 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거나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정씨에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조영일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사람을 해치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온라인에서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대상자를 물색한 점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짙어 보인다”면서 “시신 유기는 다음 단계(범행)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이며 연쇄살인 성향도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고학력 인기 과외강사였던 점에 비춰 ‘살인을 통한 신분 탈취 목적’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정씨는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A씨의 지갑과 신분증 등도 함께 챙겨 나왔다. 택시 기사 신고로 경찰이 정씨를 붙잡았을 때 정씨는 A씨 신분증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MBC에 “(피해자가)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과외교사였지 않냐. (정유정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여성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정씨에 대한 심리상담을 진행한 데 이어, 반사회적 인격장애, 사이코패스 등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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