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물어볼까 말까 했는데 잠깐 물어보겠습니다. 증인(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아까 문자 메시지 보내기만 했는데 받은 게 없다고 하셔서. 제가 이 문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증인이 유한기(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한테 문자를 보낸 게 2021년 11월 5일. 아침 7시 40분이네요. 문장 내용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 달 만에 법정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2일에도 증인을 직접 신문하는 ‘플레이어’로 나섰습니다. 4월 28일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증언에 질문을 이어가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던 것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날 이 대표는 황 전 사장을 상대로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받은 적 있지 않냐’며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의 신문 첫 마디는 지난 번과 비슷했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도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신문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망설임 끝에 입을 뗀다는 듯이 “물어볼까 말까 했는데 잠깐 물어보겠다”며 황 전 사장에 대한 신문을 시작한 겁니다.
● 피고인에서 ‘플레이어’로 나선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는 정민용 변호사와 황 전 사장,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 등 고 김문기 전 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던 사람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정 변호사에 이어 두 번째 증인으로 법정에 선 황 전 사장. 황 전 사장은 이 대표가 사퇴를 종용했다고 생각해 사직서를 냈다는 이른바 ‘사퇴 종용 논란’의 당사자입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황 전 사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다며 문자메시지 내용을 읊기 시작합니다.
“문장 읽어줄 테니 기억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황 사장님 정말 이상합니다 왜 사장님 퇴직 문제를 대장동과 엮고 언론플레이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중략) 이걸 답장으로 9시 42분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황 전 사장은 당황하며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 증거는 미리 제출되지 않아 재판부에 의해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이 문자가) 어떤 경위로 확보된 것인지 밝혀달라”고 말했고 재판부도 그 문자를 왜 이 대표가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며 속내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생전 아는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고, 이 지인을 알고 있어 메시지 내용을 입수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재판을 마치기 전 검찰이 다시 한 번 자료의 출처와 입수 시기, 방법까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료 출처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일상적으로 하기 때문에 다들 너무 두려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보를 받는데 저희가 압수수색 대상이 될 거란 두려움이 있어 밝히기 어렵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출처까지는 밝히지 못해도 입수 경위를 알려달라고 말하고 재판을 마무리했습니다.
● 이재명,“시장실서 토론은 유일하지 않았냐”
2일까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모두 일곱 차례 진행됐습니다. 3~4월 열린 공판에서 이 대표는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4월 28일 6차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한 것을 계기로 이 대표는 2일 재판에서도 또다시 증인을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황 전 사장뿐만이 아닙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공사 관계자 A 씨에게도 이 대표는 직접 신문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A 씨가 1공단 공원화와 관련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자 A 씨의 공직생활 기간을 묻더니 A 씨가 근무하던 십수 년 동안 시장실에 여러 부서가 모여 논쟁하고 토론을 한 것은 자신이 시장일 때가 유일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A 씨는 “후임 시장의 경우 본청에 없어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른다. 시장님(이재명)이 계셨을 때는 토론을 좀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또 다시 이 시기 토론의 이례성을 강조하고 나섭니다. 이 대표가 “이례적인 모습인데 그건 맞지 않냐. 많은 부서가 모여 합동 토론하는 게 자주 있는 건 아니지 않냐”고 묻자 A 씨는 “전임 시장 때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 김문기-이재명, 2017년 직접 통화 증언 나와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재판에서 정 변호사는 김 전 처장에 대한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을 내놨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인 김 전 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언론사 인터뷰 등에 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는데요. 정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3월 7일경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 전 이 대표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김 전 처장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대장동 개발이익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개발이익인 5503억 원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김 전 처장이 만들었는데, 기자회견장에서 대기하던 중 김 전 처장이 직접 정 변호사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가 한 방송에서 “(김 전 처장을) 시장 재직 시절에는 몰랐고 (2018년) 경기도지사가 된 후 알게 됐다”는 말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입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김 전 처장이) 이 대표 캠프와 협력해 (대장동 사업 관련) Q&A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건 2021년 대선 준비 당시를 말하는 건가. 9~10월 경?”이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성남시장 재직 당시부터 이 대표를 알고 지내던 김 전 처장이 대선 준비 때까지도 이 대표에게 협력하는 관계였다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또 “(김 전 처장이) 상급자여서 궁금한 사항이 있거나 법적 문제의 해석을 놓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했던 증거 속 영상에서 이 대표가 “시장 때 (김 전 처장을) 만난 기억은 제 기억에 없는 거예요. 하급 실무관이었으니까요”라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내용입니다.
● 검찰, “김용, 증거 조작 의심 사정 발생”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뇌물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지난 2주 동안 대장동 관련 재판은 잠시 ‘멈춤’ 상태였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몸상태를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못하면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재판이 연기됐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증인신문 일정도 변경됐습니다.
최근 김 전 부원장의 재판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증거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을 지낸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5월 3일 오후 3~4시경 김 전 부원장과 수원컨벤션센터 집무실에서 업무를 의논했고 이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해뒀다고 증언한 뒤 재판부의 요구에도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자 이 전 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습니다.
하지만 압수수색 현장에서도 이 씨가 휴대전화의 행방을 모르겠다고 답하자 이를 두고 검찰은 “김 전 부원장 보석 전후로 증거조작이 의심되는 사정이 발생한 것은 필요적 보석 예외 사유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김 전 부원장의 보석이 취소돼야 한다고 압박한 것입니다.
이에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의 의견서가 부적절하고 증거인멸 시도가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다음주에는 다시 대장동 본류재판 등이 재개됩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