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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초점] '이율배반' 美, 테슬라·애플 '친중' 행보 방관…삼성·SK 韓 기업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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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공급망 갈등 겪는 美, 자국 기업엔 "지켜보겠다"…韓 기업엔 "中 요구 거절" 강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연일 대중국 견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두고 국내외에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자국 기업인들이 연일 친중 행보를 펼치는 것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에 대해선 노골적으로 '반중' 행보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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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3년여 만에 중국에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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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부터 2박 3일간 중국에 방문해 현지에서 고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났다. 3년 여 만의 방문으로, 비교적 짧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딩쉐샹 부총리와 친강 외교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 고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났다.

머스크는 중국의 환대에 보답하듯 친강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테슬라는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중국의 발전 기회를 공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잇따라 中 찾은 테슬라·스타벅스·애플 CEO…中에 '러브콜'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의 행보와 대치되는 것으로, 미국과 공급망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머스크는 현재 가동 중인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기지인 상하이 기가펙토리 외에 상하이에 메가팩(산업 설비용 대용량 에너지저장 장치)을 짓겠다고 최근 발표하는 등 중국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번 방중 기간에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의 쩡위췬 회장과 만나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합작으로 짓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 될 경우 이는 미국이 중국 기업의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항을 우회하는 것으로 미국의 입장과 대치된다.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의 일부 차종에 CATL의 배터리를 공급 받아 쓰고 있는데 배터리가 중국에서 생산됐다는 이유로 미국 IRA의 보조금 혜택을 못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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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는 지난 3월 중국 발전고위급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애플과 중국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생하는 종류의 관계였다"고 언급했다. [사진=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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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금융사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4년 만에 중국을 찾았다.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글로벌 차이나 서밋 행사를 계기로 한 인터뷰에서 "시간이 갈수록 (미·중) 무역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디커플링은 되지 않을 것이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황 CEO도 이달 중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세계 시장에 90% 이상 공급하고 있는 곳으로, 중국은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황 CEO는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 노력을 과소 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중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GPU 스타트업이 있고 중국이 쏟아부은 자원이 꽤 많아 얕볼 수 없다"며 "중국과의 반도체 전쟁은 미국 기술 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미국 커피 체인 스타벅스를 이끌고 있는 랙스먼 내러시먼 CEO도 지난달 30일 중국을 찾아 오는 2025년까지 중국 매장을 현재의 6천여 개에서 9천 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중국이 최대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CEO 역시 지난달 24일 상하이를 찾아 "중국 파트너(상하이자동차그룹)와 손잡고 신에너지차·커넥티드카 등의 혁신·발전에 힘쓰고 미래에 더 많은 새 브랜드·모델·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지난 3~4월 중국에 방문했다. 특히 팀 쿡은 중국 발전고위급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애플과 중국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생하는 종류의 관계였다"고 언급하며 친중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거대 시장' 中에 공 들이는 美 기업들…韓만 압박하는 美 정부

이처럼 미국 정부 기조에 배치되는 기업인들의 행보는 중국이 인구 14억 명을 자랑하는 거대 시장인 탓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투자한 금액도 많아 발을 뺄 수 없는 데다 당장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들은 생산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회복력, 공급망, 노동력 등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 효율화를 위해 중국에 대거 공장을 지었고, 현재 공급망에서 중국을 빼놓을 수 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배제할 경우 제품 생산에 더 큰 비용이 들어가게 돼 기업들은 순이익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흐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치권과는 냉랭한 관계, 경제계와는 친밀한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중국 경기 부양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또 미국 재계를 지렛대 삼아 미국 정치권의 중국 견제를 누그러뜨리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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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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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국 기업들이 앞 다퉈 중국에 팔을 벌리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1일 "(머스크 등의) 이번 방문이 경제적 경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중국 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태도다. 자국 기업의 친중 행보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 외에 뾰족한 대응 방안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남의 나라인 한국 기업에 대해선 연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실제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공화당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마이크론의 공백을 한국과 일본 기업이 대체하지 않도록 양국에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중국의 부당한 금수조치로 손실된 마이크론의 매출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잠식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대체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중국 정부에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긴밀한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에도 성명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도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정작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장들은 중국에 방문할 때도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3월 3년여 만에 중국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미국 기업들이 친중 발언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베이징에서 "날씨가 너무 좋지요?"라는 뜬금없는 말만 유일하게 내뱉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기업이 제재를 받았다고 중국의 요청이 오더라도 한국 기업이 물건을 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대놓고 요구한 것"이라며 "한국 기업에 노골적으로 중국에 등을 돌리고 미국의 편에 서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기업인들은 대놓고 자국 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행보를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 유독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 이중적인 행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나 기업이나 누구하나 미국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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