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개방 이후 中주식 계속 사던 외국인들, 이젠 탈출하나… 韓·日은 수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 개방 이후 꾸준히 중국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이 이제는 중국에서 탈출하는 것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의 경우 1~5월 전체로 보면 외국인은 중국 주식을 순매수하긴 했지만, 5월 이후만 보면 매도세가 확연하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도 경기 회복 강도가 기대감을 밑돌면서 투자자들은 중국·홍콩 시장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다른 인접 국가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다. 중국·홍콩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한국과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로 들어가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술주가 상장된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일까지 8.6% 급락했다. 상해종합주가지수는 4.3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8% 오르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6.83% 상승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토픽스지수는 3.55% 오르며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조선비즈

왕이 중국 외교부장.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대 밑도는 경기 회복세에 中 ‘털썩’

리오프닝 이후에도 중국 증시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큰 이유는 경기 회복세가 생각보다 더디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4로 지난 4월(29.2)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PMI는 기업의 인사·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기 전망 지표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됨을 의미하는데, 5월 PMI 수치는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4%, 5.6% 늘었지만, 두 지표 모두 시장 예상치인 21.0%와 10.9%를 하회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더딘 회복에는 미국과 중국의 격화되는 무역 긴장 등 대외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봉쇄 해제 이후에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 등 내수경기의 더딘 개선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소매판매 등 내수 관련 지표의 성장이 확인돼야 리오프닝 효과가 대외적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은 마이크론 제재로 대응하며 미중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 中서 탈출한 투자자들 韓·日로 옮겨가기도

지난 5월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외국인 자금도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중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121억 위안(약 2조2300억원)이 빠져나갔다. HSBC 홀딩스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펀드 판매는 2015년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AUM)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TF.com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관련 ETF 아이셰어 차이나 라지캡(FXI)의 AUM은 지난 일주일 동안 4.56% 감소하며 해당 기간 AUM 감소 상위 목록에 올랐다. FXI는 중국 ETF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에 중국 증시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이유는 경기 회복세가 기대치를 하회하고, 위안화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위안화 절하 폭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7월 정치국회의 전까지 정책 공백기가 이어진 가능성이 큰데, 중국 증시도 제한적으로 등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 일부는 한국과 일본에 흘러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HSBC는 올해 들어 한국 증시에는 각각 최소 91억 달러(약 12조원)가 순유입됐고, 일본에는 지난달 중순까지 7주 연속 외국인 자금 순유입이 이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약 4조2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를 2조5670억원 이상 사들이며 가장 많이 순매수했고, 다음으로 SK하이닉스(1조4720억원), 현대차(2140억원), LG전자(2090억원) 순으로 사들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월부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재차 확대되는 분위기”라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지속 여부는 중국 경기 정상화 관련 불확실성 해소 및 반도체 재고 감소 속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국, 그래도 좋아질 것”

한편 2분기 이후에는 중국 증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해외전략팀장은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와 시장 간 시각차가 존재하는데, 2분기 이후 경기 안정과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부각되면 중국 증시가 상승 보폭을 넓혀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 재고 조정 사이클이 마무리 되어가는 과정 중 경기 회복의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는 화학제품 가동률과 구리 생산량이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중국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올해 외국인들은 중국 주식을 순매수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수준의 자금 흐름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