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내 그림 훔치지마"…네이버웹툰 도전만화서 'AI웹툰 보이콧'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사진=네이버웹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창작자들과 생성형 AI(인공지능)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은 생성형 AI가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 도용한다며 'AI웹툰 보이콧' 운동을 시작했고, 독자들도 AI를 활용한 웹툰에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웹툰계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웹소설·방송 작가들까지 생성형 AI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AI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을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3일 사이 네이버웹툰의 '도전만화'에는 'AI웹툰 보이콧'이라는 게시물이 61편 게재됐다. 도전만화는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아마추어 창작자 전용 플랫폼이다. 61편의 게시물에는 모두 "도둑질로 만든 AI웹툰을 반대합니다"로 시작하는 동일한 작품이 올라와 있다. 여기에는 AI로 만든 웹툰이 왜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등 내용이 담겼다. 해당 작품을 누가 제작했는지 등 보이콧 운동의 시작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도둑질로 만든 AI웹툰을 반대합니다"…도전만화 뒤덮은 'AI웹툰 보이콧'

머니투데이

/사진='AI웹툰 보이콧'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AI는 그림을 '학습'하지 않고 '무단도용'할 뿐'이다"며 "AI가 만들어낸 그림은 단 한 장도 저작권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간은 모방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지만, AI는 복제한 데이터를 짜깁기할 뿐이다"며 "심지어 인간은 원작자의 화풍을 그대로 따라하면 욕을 먹는다"고 덧붙였다.

AI웹툰 보이콧은 네이버웹툰에 업로드된 작품도 향후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네이버웹툰 이용약관 제16조에는 "회원이 네이버웹툰 서비스 내에 게시하는 게시물은 네이버웹툰 및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연구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도전만화나 웹툰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웹툰 크리에이터스'라는 플랫폼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웹툰 회원가입이 필수다. 아마추어 작가들의 그림체가 AI 학습에 사용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미다.

네이버웹툰 측은 "도전만화·베스트도전·공모전 출품작 등을 자사 AI 학습에 활용하지 않았고 관련 논의도 진행한 적 없다"며 "향후 활용하게 될 시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네이버웹툰을 AI 학습에 현재는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이용약관에서 이미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이후에 활용하게 될 시 '지식재산권' 위반 소송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창작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AI 반대 움직임…독자 거부감도↑

머니투데이

아트스테이션의 'NO to AI' 시위. /사진=아트스테이션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웹툰계만 AI 보이콧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러스트레이터나 방송 작가들, 웹소설 업계 등 다양한 업계에서 AI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상업 미술 플랫폼 '아트스테이션(ArtStation)'에서는 지난해 말 'NO to AI'(AI 거부) 시위가 일어났다. 이들은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가 많아지면서 상업 미술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고, 자신들의 작품이 AI 학습에 무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웹소설 시장에서도 AI 작품 표지 제작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여러 그림을 동의 없이 모아 짜깁기하는 AI 표지는 같은 창작자로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작가조합(WGA)도 AI 사용 제한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장기간 파업 중이다. 최근 제작사들이 AI가 작성한 대본 초안을 작가에게 주고 수정·보완만 지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보조 작가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것. 아울러 이들은 작가들이 쓴 대본을 AI 학습 훈련에 사용하지 말라고도 요구했다. 해당 파업에 유명 작가들도 동참하며 기묘한 이야기, 왕좌의 게임 프리퀄 등 대규모 작품도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일부 수용자들도 AI 창작물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노력 없이 만들어진 창작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네이버웹툰 지난달 말 연재를 시작한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AI로 제작됐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별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웹툰 공모전에 AI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0일 자사 공모전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 공지에 '인손인그(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가 아닌 작품'은 선발에서 제외하겠다고 명시했다. 네이버도 지난달 31일 '2023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2차전부터는 AI 사용을 금지한다고 했다. 1차전까지는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AI 사용을 허락한다'고 했으나, 여론이 악화되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AI판 러다이트 운동?…"AI 저작권 관련 논의는 필요"

전문가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지적한다. AI 보이콧이 AI판 러다이트 운동과 비슷하다는 것. 최근 국회 '디지털 시대의 웹툰제작과 기술포럼' 토론회에서 김동훈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AI는 이미 특정 부분에선 제 그림 실력보다 낫고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부분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I 보이콧 운동 참여자들은 기술 발전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윤리 가이드라인 같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맞선다. AI웹툰 보이콧 측은 "저작권법에서 안전한 AI 개발을 위해서는 기업과 작가들 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며, AI 관련 법률이 제정된 이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협회장도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스마트폰 등장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다"며 "AI가 작가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발족, AI 산출물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