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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월급 오르면 뭐하나 전부 세금으로…법인세, 보유세 다 줄어도 ‘유리지갑’ 근로소득세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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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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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세가 덜 걷혀 세수펑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직장인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상속세 등은 줄줄이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증가한 것이다.

직장인들의 세부담이 커지면서 월급이 인상되어도 실제 소득증가를 체감하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통과시킨 대규모 감세법안이 올해 적용되면 근소세의 나홀로 증가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정부의 감세 정책이 기업과 자산에 맞춰지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4월까지 근로소득세수는 22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00억원 늘었다. 부동산·자산·금융 소득과 사업소득 등 대부분 부진한 시기에 직장인이 낸 세금만 늘어난 것이다. 근로소득세는 월급·상여금·세비 등 근로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급여에서 원천징수된다.

근로소득세수는 경기 상황과 관계 없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근로소득세수는 5년 전인 2017년 대비 23조4000억원(68.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국세(49.2%)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영업자·개인 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 증가 폭(49.4%)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로 근로소득세수가 늘었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이 오른 점도 근로소득세수를 올린 요인이다. 실제로 2021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수는 1995만9000명으로 2017년(1801만명)보다 195만명 늘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감세 기조가 대기업과 고액자산가에 맞춰진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세와 보유세는 세율을 낮추고 세액감면과 공제를 확대하면서 적극 감세했지만 근로소득세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소폭 조정하는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법인세, 자산세 감세를 위한 보여주기식 소득세 감세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세액공제를 줄이는 추세여서 향후에도 근로소득세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근로소득세를 제외한 나머지 세금들은 줄줄이 줄었다. 지난달 31일 기재부가 낸 4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1~4월 소득세수는 3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9000억원(-19.9%) 줄었다.

4월까지 양도소득 세수는 5조9000억원으로 1년 전(13조1000억원)보다 7조2000억원 덜 걷혔다. 부동산 거래가 줄었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도 영향을 받았다.

종합소득세 역시 경기침체로 올 4월까지 2조4000억원 덜 걷힌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소득세 외 세목도 대폭 줄었다. 법인세 감세가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35조6000억원으로 1년 전(51조4000억원) 15조8000억원(-30.8%) 감소했다. 상속증여세(-8%) 종합부동산세(-26.3%), 증권거래세(-28.6%) 등 자산 관련 세수가 모두 줄었다. 자산가치가 떨어진 것이 원인이지만 종부세 등 감세의 영향도 받았다. 올해는 지난해 통과시킨 법인세, 종부세 감세가 본격 적용돼 세수는 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장 의원은 “정부는 세금 감면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 위기에 대처할 세수마저 부족한 상황”이라며 “6월 중에 세입재추계 결과를 공개하고, 국회에 대책을 성실히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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