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5개월 만에 석방…구청장 권한 회복했지만 업무복귀 미지수
'이태원 참사'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 |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송정은 안정훈 기자 =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62) 서울 용산구청장이 5개월여 만에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됐다.
이태원 참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7일 박 구청장과 최원준(59)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서약서 제출과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 등을 보석 조건으로 걸었다.
박 구청장 측에 따르면 보증금은 보석보증보험증권 3천만원, 현금 2천만원 등 총 5천만원이다.
주거지는 박 구청장의 용산구 자택으로 제한되며 구청 출·퇴근은 가능하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두 사람은 보석 조건을 이행하고 이날 오후 석방됐다.
오후 3시40분께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나온 박 구청장은 '업무 복귀를 바로 하느냐', '증인으로 출석할 구청 직원을 회유할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을 묻자 "죄송하다. 성실히 재판에 응하겠다"라고만 답하고 차에 올라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10여명은 구치소 정문 앞에서 박 구청장의 석방에 항의했다. 일부 유가족은 차도에 누웠다가 경찰에 제지됐고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권한대행은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구청장의 행동과 언행에 사죄받고 싶어 왔지만 또 한 번 우리를 우롱하고 구치소를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산구청장으로의 복귀와 출근을 용납할 수 없다. 내일 용산구청으로 달려가 박 구청장의 출근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그간 정지됐던 직무집행 권한을 이날부로 다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공식적인 업무 복귀는 정해지지 않았다.
용산구청은 작년 12월 박 구청장이 구속되자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됐고, 그가 기소된 올해 1월부터는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직무대리 체제에서는 인사 결재, 조례안 검토 등 구청 전결 규칙상 구청장 결재가 필요한 중요 사안을 박 구청장이 옥중에서 직접 결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구청장에게 직무집행 권한이 없어 김선수 부구청장이 모든 사무를 처리했다.
보석으로 석방되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
박 구청장은 지난해 12월26일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그는 검찰 송치 당일인 지난 1월3일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구속 상태로 재판받다가 지난달 9일 다시 재판부에 보석 신청서를 냈다.
박 구청장은 지난 2일 보석 심문에서 참사 여파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과 최 전 과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박 구청장은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 도착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최 전 과장은 사고 발생 소식을 접하고도 현장 수습을 전혀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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