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단독]'자영업자도 근로자처럼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정부, 체계 개편 검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 발표 전망

저소득 근로자는 3년간 보험료 80% 내주는데

자영업자는 사업중단해야 1년간 50% 지원해

81만명은 가난해도 성실납부해 지원 못 받기도

정부 안팎 공감대는 충분…문제는 '재원 마련'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근로자와 자영업자 간 불평등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시스템을 고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저소득 근로자는 국가가 최대 3년까지 보험료를 추가 지원해주지만, 자영업자는 사실상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얼마나 지원 폭이 확대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8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는 오는 10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 이같은 방안을 담기 위한 첫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정계산위는 정부 내 연금제도개혁을 담당하는 기구로 가입자·전문가·정부위원 15명으로 꾸려져 있다. 위원들은 근로자에게만 집중적으로 제공되는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제도를 자영업자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크게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회사에 고용된 만 18세 이상 만 60세 미만 근로자는 사업장가입자, 그 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은 지역가입자다.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되지만, 근로자는 보험료율 9%를 회사와 절반씩 부담한다. 반면 지역가입자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보험료율 9%를 온전히 내야 한다.

부담은 근로자가 4.5%인데, 지역가입자가 9%로 더 크지만, 지원은 대부분 근로자 위주다. 대표적인 보험료 국가 지원 제도 ‘두루누리’는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기준소득월액이 260만원 미만인 근로자가 대상이다. 이들 중 종합소득이 연간 4300만원 미만이면 최대 36개월간 보험료를 80% 깎아준다. 보험료가 10만원이라면 근로자는 본인 몫 5만원에서 80%인 4만원을 제하고 1만원만 낸다는 뜻이다. 지역가입자도 지난해부터 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국민연금 납부를 중단했다가 재개했을 때만 가능하다. 이마저도 사업중단·실직·휴직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지원 수준 역시 1년간 보험료 50%로 근로자보다 적다.

관련 업무를 준비 중인 한 관계자는 “소득이 낮은 지역가입자의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지원 기간을 24개월이나 3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만 국가가 보험료를 대신 내준다. 일정 수준 이하 저소득층에 모두 보험료를 지원하거나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0만원도 못 버는데 성실납부하면 보험료 지원 못 받아
모순적인 제도로 지역가입자 간 역차별도 발생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입한 가난한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월 소득이 100만원도 되지 않지만,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81만명이 지원을 받지 못했다. 13개월 이상의 장기체납자 32만명도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지원을 취약계층 위주로 재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류재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지난해 연구보고서를 내고 “국민연금에서 지역가입자 지원 기간을 조금씩 늘려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두루누리 제도와 유사하게 생애 최대 3년으로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해외 연금 선진국들은 저소득층의 보험료 지원에 관대한 편이다. 일본은 자영업자나 학생, 프리랜서, 무직자에게는 조건에 따라 보험료를 전부 혹은 일부 면제해주고 있다. 영국은 월 소득이 낮은 계층의 보험료율이 0%다. 근로자가 내야 할 보험료는 조세로 충당하고 사용자에게는 그대로 보험료를 징수하는 구조다. 독일에서는 실업수당이나 실업 보호를 받고 있다면 연방노동사무소가 보험료를 전부 내준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오는 10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 발표와 함께 취약계층 사각지대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연금개혁 추진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나 소득대체율 하락이 적용되면 약자계층의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전에 제도적 혜택을 강화해야 보험료 인상에 대한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정책위원장도 “보험료율을 얼마나 인상하든 지역가입자들은 감당이 어렵다”면서 “연금개혁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도시지역 가입자에 대한 국가의 보험료 지원 확대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지원을 확대하려면 국가 예산이나 연금기금에서 추가 각출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사회보험 지원은 국가 예산을 통해 제공된다. 만약 재원을 연금기금에서 찾기 시작하면 다른 가입자의 돈으로 또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를 메워주는 모양이 된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같은 달 발표하는 연금개혁안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국가 예산을 동원하려면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기재부의 경우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 세수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면서도 “예산이 여유로우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종 =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