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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청소트럭에 치여 대학생 사망... 캠퍼스 안전 여전히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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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등교하던 대학생 양모씨가 쓰레기 수거용 트럭에 치여 숨진 서울 동덕여대 캠퍼스 내 비탈길.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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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울 동덕여대 캠퍼스 내 언덕에서 대학생이 등교하던 중 청소용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대학 내 교통안전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 장소인 비탈길은 학생들이 여러 차례 사고 우려를 지적했던 장소였다. 캠퍼스 내 교통안전을 위해선 차·보도 완전 분리 등 안전시설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소 트럭에 학생 사망..."예견된 인재"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동덕여대 재학생 양모씨(21)는 통학 중이던 지난 5일 오전 9시께 동덕여대 캠퍼스 내 비탈길에서 쓰레기 수거용 화물차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후 이틀 뒤인 7일 숨을 거뒀다. 경찰은 트럭 운전자 80대 청소노동자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고 직후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추모하는 간이 분향소를 마련했다. 이날 오전께 찾아간 추모 공간에는 학생 열댓명이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친구를 안고 눈물을 훔치거나 국화 꽃을 단상에 올린 뒤 묵념을 하는 등 피해 학생을 추모했다. 벽에 붙은 메시지에는 "그곳에선 못다한 꿈을 이루길 바란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도 감히 할 수 없다" 등의 문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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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대학생 양모씨 추모 공간에 붙여진 포스트잇 일부.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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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가 난 캠퍼스 비탈길 위쪽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위치해 있는데, 평소에도 이곳을 오가는 청소 차량의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양모씨의 학과 학생회 관계자는 "가파른 경사에 정차한 트럭을 볼 때마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왔다"며 "학과 교수님들이 몇년전부터 (비탈길이) 너무 위험하다며 학교 측에 쓰레기장 이전, 차·보도 분리 등을 건의했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고가 난 비탈길에 지난해 초께 보행용 계단이 설치됐다. 하지만 차도와 인도 구분이 안 돼 있어 이날도 학생 대부분이 차도로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학교 측은 사고 이후 비탈길 초입부에 자동차 진입 차단봉을 다시 세워 올렸다. 지나가던 일부 학생들은 "이제야 세운들 무슨 소용이 있나"고 탄식했다.

2011년 고려대 캠퍼스에서도 셔틀버스 사망사고


학생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캠퍼스 내 안전 전반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회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운전자의 잘못으로 조명하기보다는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덕여대 23학번 새내기 A씨도 "평소에도 경사가 심하고 인도와 차도 경계가 불분명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며 "학생이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사고가 난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이다.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동덕여대 측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캠퍼스 내 안전 전반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다.

대학 내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1년에는 고려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재학생이 교내 셔틀버스에 치여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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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캠퍼스에 마련된 피해 학생 추모 공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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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차·보도 미분리' 개선해야

대학 내 '차·보도 미분리'는 캠퍼스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혀왔다. 따라서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8년 7월 발표한 '대학 내 교통안전실태조사'에서도 대학생 497명 중 208명(41.9%)은 "대학 내에서 보행 중 보도가 단절돼 차도로 횡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어 사고의 위험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또 170명(34.2%)은 "좁은 도로, 곡선부 도로가 많거나 장애물 등으로 인해 통행차량의 움직임을 인지하기 힘들다"고도 답했다.

당시 응답자 480명 중 38.6%(185명)은 대학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 안전시설 추가 설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캠퍼스 내 보행 환경을 개선하려 해도, 따라야 하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법적 의무 사항이 없는 게 문제"라며 "일정 면적·인원수 이상인 학교 등 공간에 대해서는 보행 환경이 적절히 조성됐는지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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