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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퍼플 경보'에 일상 멈춘 美...산불 연기 노르웨이까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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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형 산불로 발생한 연기로 미국 워싱턴 DC 등 북동부·중부의 시민들이 사실상 ‘일상 마비’를 겪고 있다. 쓰레기 수거 등 일부 공공 서비스가 하루 이상 중단됐고 모든 공립학교의 야외 활동도 멈췄다. 캐나다 산불이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으면서 미국도 한동안 연기 및 미세먼지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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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뿌옇게 보이게 만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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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시 정부는 이날 대기 질 등급(AQI)에서 두 번째로 나쁜 '보라색' 경보를 발령했다. AQI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농도에 따라 대기 질을 0에서 500으로 나누고 '녹색→노랑→주황→적색→보라→적갈색' 6등급으로 구분한다. '보라'(201∼300)는 연령·호흡기 질환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의 건강에 매우 해로운 상태다. 미국 대기 질 추적 사이트 ‘에어나우’(Airnow)에 따르면 이날 오후 워싱턴DC의 AQI는 236을 기록했다. 같은날 DC 남쪽에 있는 버지니아주 프랑코니아 등 일부 지역은 가장 위험한 등급인 '적갈색' 경보가 내려졌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밖에 꼭 나가야 하는 게 아니면 나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이날 경내에서 열려던 성소수자 관련 '프라이드 행사'를 이틀 뒤인 10일로 미뤘다. 워싱턴DC 정부는 도로포장, 쓰레기 수거 등 필수적이지 않은 공공 서비스를 최소 하루 중단한다고 밝혔다. 워싱턴DC의 프로야구(MLB)팀 워싱턴 내셔널스도 이날 예정된 경기를 22일로 연기했다.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의 국립동물원은 문을 닫았다. 모든 공립학교의 체육 수업, 스포츠 경기 등 야외 활동도 중단됐다.

레크리에이션 센터· 놀이터 등은 텅 비었지만, 배달기사 등 일부 필수 노동자들은 유해 연기를 마셔가며 강행군을 하고 있다. 건물 경비원인 조엘 폴란조(23)는 WP에 "마치 바비큐 불 옆에서 나오는 모든 연기를 마시는 것처럼 끔찍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대기 오염 속에 워싱턴 DC 주민 상당수가 인후염과 콧물 증상 등에 시달린다고 지역방송사 WTOP뉴스가 전했다. DC 주민인 알렉산더 레딩은 "마스크를 착용하니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눈에서 이물감이 느껴진다"고 WTOP에 전했다. 토론토 공중보건대학의 제프리 브룩 직업·환경보건학 부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산불 연기에 몇 분만 노출돼도 몸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염증이 지속할수록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 메트로폴리탄에 속한 메릴랜드주(州) 몽고메리 카운티 공무원들은 연기에 노출된 노숙자들을 실내로 이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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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모뉴먼트를 배경으로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8일 워싱턴 DC에서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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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짙은 오렌지빛으로 하늘이 물들어 ‘화성 풍경’을 방불케 했던 뉴욕의 대기 사정은 다소 나아졌지만,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에어나우에 따르면 산불 연기는 9일 미 남부 지역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국립기상청 볼티모어·워싱턴 지부의 기상학자 코디 레드베터는 WSJ에 "캐나다에서 불이 계속 번지는 이상, 바람이 남쪽으로 이동하면 미국은 계속 연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번 캐나다 산불 연기가 북유럽 노르웨이 상공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기후환경연구소의 전문가들이 예측 모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달 1일부터 산불 연기 일부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상공으로 이동했고, 실제 노르웨이 남부에서는 공기 중 연무질(대기 중의 미세 입자)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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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뉴저지에서 본 조지 워싱턴 다리의 모습. 산불 연기가 하늘을 덮치면서 오렌지빛으로 물든 모습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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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산불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극명하게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날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퀘벡주 등 화재 진압에 필요한 추가 지원을 제공키로 했다"면서 "소방관이나 화재 진압 장비 등에 대한 캐나다의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라고 미국합동화재센터(NIFC)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호컬 주지사도 뉴욕주 환경국 소속 산림관리원들을 캐나다 동부 지역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톰 빌색 농무장관에게 캐나다 산불 진화를 도울 연방 요원의 수를 두 배로 증원해달라고 요청했다.

8일 기준 캐나다 전역에서 산불 발생지역은 총 431곳이며 이 중 234곳이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캐나다 국토의 4만2000㎢가 소실돼 이대로라면 역대 최악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산불 피해 면적은 4만6000㎢(2014년)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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