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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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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人] ⑨주경배 목사 "北장마당 세대 우상화서 벗어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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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 회복 중…해외체류 북한출신 33만명 선교에 활용해야"

연합뉴스

북한 채소 영채를 들고 있는 주경배 목사
[촬영 최현석]



(양평=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이미 많은 북한 주민이 김씨 3부자 우상화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탈북민으로서 개척교회를 이끄는 주경배 목사는 지난 2일 경기도 양평군의 카페 '통일오라'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주 목사는 "장마당(시장)을 통해 생존을 유지하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 의지를 회복했다"며 "당에 의존하지 않는 장마당 세대가 우상화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인구 80명당 1명꼴인 33만여명이 북한 외부에 있다며 북한 선교와 자유화에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탈북민 리더를 키워 이들의 북한 내 가족을 지원하고 탈북자들의 정착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오라협동조합을 통해 양평군 개군면에 카페와 북한 음식점 '통일마중', 디톡스 스파, 자연농법 사업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문답.

-- 언제 탈북했나.

▲ 10년 동안 네 차례 시도 끝에 2008년 1월 국경경비대 소대장인 친구에게 돈을 주고 탈북에 성공했다. 중국과 태국을 거쳐 그해 3월 한국에 입국했다. 하늘의 도움으로 일찍 입국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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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음식점 '통일마중' 앞의 주경배 목사
[촬영 최현석]



-- 탈북 계기는.

▲ 국가계획위원회(기획재정부격) 위원이던 아버지가 북한 위상과 배급제를 비판하는 말을 동료에게 했다가 '말반동'으로 몰려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5년간 구금됐다. 석방된 아버지로부터 "주체사상은 김일성이 자기 앞에 굴종시키기 위한 노예사상"이라는 말을 듣고 정체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경제난에 대비하라는 아버지 당부를 듣고 사업체를 만들어 북중 국경 근처 산골 회령으로 이사했다. 거기서 RFA, 극동방송, VOA, KBS 한민족방송 등 라디오를 듣고 자유세계를 동경하게 됐다.

--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는 큰누나가 한국이 생지옥이라 자진 월북했다고 선전하는데.

▲ 어머니처럼 나를 키워준 큰누나가 2011년 8월경 고모를 만나러 중국에 왔을 때 탈출시켰다. 누나는 북한에 있는 딸 때문에 돌아가려고 했고 한차례 잡혀 집행유예를 받고도 2017년 7월 결국 월북했다. 누나가 한국을 인간 생지옥이라고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순전히 자식 때문에 돌아간 것이다. 북한 매체는 내 딸들 사진을 공개하고 주시해보고 있다며 북한 비판 행위를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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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배 목사 딸 출연 프로그램 보도한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 캡처]



-- 언제부터 목회자 생활을 했나.

▲ 가족을 두고 혼자 한국에 온 아픔이 너무 커 살고 싶지 않을 때 하나님을 만났다. 이러한 자유와 생명을 북한에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서울 합정동의 작은 외국인교회에 다니다가 2010년 큰딸이 한국에 왔을 때 가족이 다 같이 예배를 드리고 개명했다. 북한 선교사로 파송돼 중국과 러시아 등을 다녔다.

-- 북한에서 우상화로부터 벗어나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 영생한다던 김일성·김정일이 수억달러를 들여 시신으로 안치된 데다 김정은도 먹을 것, 입을 것을 배급하지 못하자 "2개의 당 중 '노동당'이 아니라 '장마당'이 먹여준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해외에서 만난 북한 주민들은 이렇게 설득하면 100% 넘어온다.

-- 북한에서 지하교회가 활동하고 있나.

▲ 변화된 장마당 세대에게 생활공동체·예배공동체를 만들어준다. 옥수수 가공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 속에서도 예배와 찬양이 이뤄진다. 오미자를 따러 중국에 온 북한 주부를 백두산 근처에서 만나 함께 기도한 뒤 돼지고기, 명태 등을 준다. 강제 북송된 이들이 간수 등에게 복음을 전하거나 단속 인력이 성경책을 뺏어 가서 보기도 한다.

-- 선교 과정에서 위험한 적은 없었나.

▲ 2014년 북한에 있던 리더 4명이 잡혀간 적 있다.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난다고 했을 때 10명이 미국으로 가 백악관과 유엔 앞에서 이들 생사를 알아내라며 시위를 벌이고 편지도 보냈다. 아들(주일룡)이 미국에 갔다가 백악관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들의 처형을 막기 위해 이름을 공개했다. 개인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받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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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트럼프와 얘기하는 주경배 목사 아들 일룡씨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9년 7월 17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세계 각지 종교탄압 피해자 초청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북한 출신 주일룡(가운데)씨의 얘기를 듣고 있다.



--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해 들은 게 있나.

▲ 2020년부터 돈 받고 탈북을 도와주던 국경경비대 대신 폭풍군단, 8·15훈련소 등 산에 있던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코로나19를 핑계로 주민들과의 접촉을 막았다. 그동안 해상으로 빈 배가 떠내려온 흔적이 발견된 것을 보면 절박감에 해상으로 탈출을 많이 시도한 것 같다. 최근 세관은 조금씩 열린다고 한다. 나진·선봉, 용암포 등을 통해 물품이 들어가는 것 같다.

-- 요즘 주력하는 활동은.

▲ 작년 7월 양평에서 개척교회를 만들어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탈북민 신도는 40∼50명 정도 된다. 교회 건물이 없어 카페와 스파, 식당을 활용하고 있다. 탈북민 리더들을 키우고 있다. 시험 운영 중인 자연농법 사업장에는 수라상에 올랐던 북한의 고급 채소 영채 등을 심었다.

-- 탈북민 리더를 양성하려는 이유는.

▲ 탈북민 역사가 30년이니 실력 있는 리더들이 나와서 탈북민의 정착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탈북자 3만3천여명과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 20만∼30만명을 합하면 북한 인구 80명당 1명이 북한 밖에 있는 셈이다. 북한 내 가족들과 연계된 이들을 도우면 북한 주민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 정체성과 자립심을 확보한 탈북민들은 북한 친지들에게 먹을 것과 정보·희망·복음을 전하는 새로운 '디아스포라'(세계에 흩어져 뿌리내린 유대인)가 될 수 있다.

-- 탈북민 자활에 성공한 사례가 있나.

▲ 인신매매 피해와 강제 북송 등으로 죽을 뻔했던 북한 여성이 한국으로 와서 보험설계사와 장례지도사 등 힘든 일을 한끝에 건강센터를 개설하고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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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배 목사
[촬영 최현석]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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