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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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5G(5세대 이동통신) 국내 가입자 수가 4년여 만에 3000만명을 돌파했지만,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이 5G 킬러 콘텐츠(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콘텐츠) 발굴에 실패하면서 “5G 서비스는 가계 통신비 부담만 늘리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5G 스마트폰 전체 데이터 트래픽(사용량)은 74만1831TB(테라바이트)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1%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5G 가입자 수 증가율(27.9%)과 비슷하다. 5G 가입자 수가 늘어난 만큼 전체 5G 트래픽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5G 가입자당 월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5G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25.9GB(기가바이트)로 전년 동기(26.5GB) 대비 2.3% 줄었다. 2년 전(26.3GB)과 비교해서는 1.5% 감소했다. 5G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과 반대로 가입자당 월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소폭 줄어든 것이다.
◇ 5G 가입자당 트래픽 4년째 그대로… OTT 등 동영상 56% 견인
5G 가입자당 데이터 트래픽은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2019년 4월과 5월 각각 22.9GB, 18.7GB를 기록한 이후 4년째 25~26GB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부터 이듬해까지 27~28GB로 늘었지만 엔데믹을 거치면서 지난해 말부터 다시 25~26GB 수준으로 내려왔다. 사실상 5G 서비스를 상용화 직후를 제외하면 4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5G 가입자당 데이터 트래픽에 영향을 주는 건 인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공개 여부다. 2021년 9월 오징어게임이 공개되자 같은 해 10월 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전월 대비 4% 늘었다. 더글로리 시즌2와 카지노 시즌2 공개된 지난 3월 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1개월 만에 12.9% 급증하기도 했다. 인기 OTT 콘텐츠가 공개되면 5G 가입자당 평균 트래픽이 반짝 늘었다가 이후 다시 줄어들면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MWC 2019에 전시된 5G 로고 전시물.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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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동영상 서비스를 제외하면 5G 서비스를 견인할 동력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분기마다 공개되는 과기정통부 ‘콘텐츠 유형별 트래픽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데이터 트래픽에서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6.4%를 기록했다. 음악 스트리밍·지도·게임 등을 포함한 멀티미디어(6.6%), 웹 포털(12.2%), SNS(16%)를 더해도 동영상 데이터 트래픽보다 적은 상황이다. 5G 상용화 당시 킬러 콘텐츠로 강조했던 클라우드 게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콘텐츠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매월 10만TB 줄어드는 LTE 트래픽, 5G로 그대로 옮겨가
반면 LTE(4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당 데이터 트래픽은 매월 줄어드는 추세다. LTE 가입자는 2019년까지 매월 평균 8~9GB 데이터를 사용하다가 코로나19 여파에 OTT 인기가 더해지면서 2020년 10GB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떨어지면서 2021년 말 9GB 아래로 내려왔고, 지난해 말부터는 7GB대로 하락한 상태다. 이후로도 매월 평균 데이터 트래픽이 줄면서 지난 4월 LTE(4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당 데이터 트래픽은 7.7GB로 쪼그라들었다. 전년 동기(8.1GB) 대비 4.9% 하락한 수치다.
시민단체는 이런 현상에 대해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낮은 기대가 반영된 수치라고 판단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기대한 소비자들이 더 비싼 요금을 감수하고 5G로 넘어왔지만, 기존 LTE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해 데이터 트래픽이 정체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5G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선 건 5G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됐기 때문이지 5G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오히려 5G 서비스에 특별함이 없다고 느낀 소비자들이 알뜰폰 LTE 서비스로 다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통신 업계는 데이터 트래픽 정체는 LTE 가입자가 5G 서비스로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데이터 사용이 많은 헤비 유저가 이미 5G로 넘어간 만큼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수준이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통신사 관계자는 “매월 LTE 전체 데이터 트래픽은 10만TB 가까이 줄어드는 반면 5G 트래픽은 10만TB 이상 늘어나고 있다”라며 “5G 가입자당 평균 데이터 트래픽이 LTE 대비 3배 이상 많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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