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되면서 카드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카드론 이용 고객들 중 상당수가 인터넷은행으로 넘어가서다.
금융업계는 당초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주고객층이 달라서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돼도 업권 내 금리 경쟁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맹점이 있었다. 인터넷은행과 2금융권 고객이 일부 겹친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가 중저신용자 대출 보급이기 때문이다.
최근 업황이 어려운 카드사들은 카드론 영업을 줄였다. 신용등급 4~5등급의 양호한 고객들만 남겨뒀다. 연체율이 일정 수준 관리되면서도 이익을 주는 알짜 고객들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열리면서 인터넷은행으로 넘어간 중저신용자들이 바로 이들이다. 인터넷은행이 2금융권에서 가져올 수 있는 고객들은 대부분 2금융권에서 알짜 고객층이다.
카드사들이 특히 아쉬워하는 점은 이들 고객이 위험성을 잘 파악해서 선별한 우량 고객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취급 한도를 채우면서 연체를 비롯한 리스크 관리도 한번에 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금리 경쟁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카드사를 비롯한 2금융권이 수신 기능을 가진 1금융권의 인터넷은행과 금리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월 한도까지 없애면서 카드사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대환대출 한도를 모두 소진한 은행들이 속속 등장하자 금융당국이 당분간 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카드사 입장에선 조달금리가 오르고, 연체율이 올라서 충당금이 늘어나고, 삼성페이 수수료 등 부담도 커지는데 수익 사업마저 빼앗기는 상황에 놓였다.
은행끼리의 경쟁이야 얼마든지 좋지만,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규제가 존재하는 가운데 1금융과 2금융이 경쟁하는 상황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도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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