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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시위와 파업

[청론직설] “노란봉투법 시행시 해고·징계 빌미 툭하면 파업···산업 마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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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노조법 개정안, 사용자·쟁의행위 범위 과도하게 넓혀

개인에게 손배책임 어려워, 다단계 협업 제조업 타격

69시간 근로제는 노사 합의로 예외적 경우에만 활용

10대 경제 강국 중 한국 만큼 ‘노사 불안정’ 나라 없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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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불법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대한민국이 ‘파업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 노조 끌어안기 차원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노조가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벌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돼 근무 태만자를 해고하거나 징계하면 이를 빌미로 무분별한 파업을 벌이는 등 전국 사업장에서 노사 분규가 빈번해져 산업이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민주당이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노사 대립만 부추기는 법안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영계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노린 입법 폭주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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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현재 대법원은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로 판단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추상적 규정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확 넓혔다. 근로계약 유무와 관계 없이 법관이 사용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실상 법원에 입법권을 준 위헌적인 내용으로 노사 관계의 사법화를 야기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우려되는가.

△국내 제조업, 특히 자동차·조선·건설 업계는 다단계 협업 체계로 구성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청 업체 노동조합이 원청 기업에 끊임없이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계열사 노조가 지주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전기 또는 배관 작업을 맡은 협력 업체 노조가 원청인 건설사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건설 현장에서 파업을 벌이는 것이 허용된다. 한 정유 업체 경영인의 호소를 소개하고 싶다. “정유 제품 운송을 외부 물류 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화물연대가 해당 물류 업체가 아닌 우리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을 벌일 것이 뻔합니다. 저희로서는 대응 방법이 없습니다.” 전국 사업장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경제가 마비될 수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범위도 넓혔는데.

△현행법은 임금 인상, 단체협약 개정 등 근로 조건 결정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만 쟁의행위를 허용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해고자 복직,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해고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개별적인 문제로 정당성 여부는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인데 이를 파업 범위에 넣은 것이다. 사실상 파업의 구실을 무제한 확대한 것으로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원칙에 위배된다.

-손해배상 책임 제한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은 행위자 모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것이 민법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파업 가담자 개개인에게 배상 책임을 묻도록 했다. 결국 기업이 개인별로 파업 가담 정도와 손해를 입힌 정도를 입증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것인데, 수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파업 현장에서 입증하기는 불가능하다. 사실상 노조에만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수년 전 한 기업의 파업 현장에 수백 명의 조합원들이 복면 마스크를 쓴 채 회사 건물을 불법 점거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개별 참가자의 불법 가담 정도를 확인할 수 있나. 노조의 불법 파업은 사전 예고 없이 신원 조사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기업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사용자 개념을 원청 내지 지주회사로 확대하면서 파업 허용 범위를 넓히고 손해배상을 제한하면 결국 최후 수단인 파업이 최우선 방법이 되면서 대한민국은 ‘파업 공화국’이 될 것이다. 지금도 강성 노조의 사업장 점거와 출입 방해 등 폭력이 만연한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파업 만능주의가 판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은 해외로 나갈 것이고 국내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은 사라질 것이다. 국내 산업이 공동화되면 피해는 결국 근로자와 노조, 그리고 미래 세대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르면 7월 말쯤 거대 야당이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다.

-근로시간을 주 69시간으로 확대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보완 작업이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3월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선 방안은 적절한 조치였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주 69시간까지 늘어나 과로가 만연할 것이라며 반대했는데 이는 과장된 것이다. 초과근로를 하면 기업도 시간당 임금의 50%를 추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함부로 늘리지 못한다. 개편안 발표 당시 주 69시간이 강조되다 보니 오해가 생겼고 양대 노총이 여기에 ‘과로 조장’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홍보 실패다. 주 69시간 근로는 1주일 안에 납품 내지 수출 선적을 완료해야 하는 등의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활용될 것이다. 더구나 노사 합의도 필요하다. 고용노동부가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보완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22년 기준 중위임금 대비 62.2%로 독일(54.2%), 일본(46.2%) 같은 제조업 강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최근 5년(2019~2023년) 누적 인상률은 27.8%로 같은 기간 12.5%가량이었던 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한다. 최근의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을 감안해 안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시간당 9620원인 최저임금을 1만 2000원까지 올려달라는 노동계의 요구는 터무니없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고용 대란이 발생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은 전례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높여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낫다.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는데.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대표이사를 법정 구속하는 등 강한 처벌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 재해는 막아야 하지만 과도한 처벌은 경영 활동 위축을 초래한다. 더구나 내년부터 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법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다양한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국 법 개정 없이는 한계가 있다.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경영 책임자의 대상과 의무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재해는 처벌보다 예방을 통해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3개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노동 개혁을 꼽았다.

△우리 국민도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경총이 지난달 실시한 국민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근로시간 유연성 확보, 산업 현장의 법치주의 확립, 고용 유연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고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공정한 임금 결정 시스템을 마련하고 엄격한 해고 규제를 완화해야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을 개혁할 수 있다. 현재 노사 관계는 기득권 노조가 장악한 대기업 사업장만 임금 상승과 근로조건 개선 혜택을 받는 구조여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시킨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족한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할 수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중단하고 양대 노총이 대규모 ‘하투(夏鬪)’를 결의하는 등 노정·노사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노사 관계가 불안정하고 파업이 빈번한 나라는 드물다. 프랑스만 해도 철도 등 공공 부문 파업이 언론에 많이 노출돼 파업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민간기업 노조의 파업은 거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동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조는 아직도 1970~1980년대의 투쟁적 노동운동을 답습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경제 회복 지연 등 리스크 요인이 너무 많다. 지금은 투쟁보다 대화를 통해 상생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노총도 경사노위 보이콧을 철회하고 하루빨리 노동 개혁을 위한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

◆He is···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노동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산업 정책을 입안했다. 이후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에 이어 경총 상근부회장을 맡아 노사 관계 정상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김능현 논설위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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