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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흔들리는 미국-이스라엘, 밀착하는 중국-팔레스타인…중동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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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국 시민 사망 사건 형사 책임 없이 종결

미의 철저한 진상 조사·관련자 처벌 요구 외면

중국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수도” 주장

경향신문

지난해 1월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오마르 압둘라마지드 아사드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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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지난해 1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야간 수색 작전 도중 발생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사망 사건 관련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않기로 14일(현지시간) 결정했다. 미국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만큼, 이번 결정이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과 팔레스타인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며 밀착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중국이 급부상하는 중동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은 이날 “이스라엘군은 심장마비로 사망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에게 재갈을 물리고 결박한 군인들에 대해 형사 고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적 민간인 오마르 압둘라마지드 아사드는 지난해 1월12일 서안지구 질질야 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양 손목은 케이블 타이로 묶여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테러 활동을 저지하고 불법 무기를 찾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며 “아사드가 소리를 지르고 끈질기게 저항해 우리의 위치가 노출될 위기였다. 그래서 재갈을 물리고 손을 묶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를 근처 건물에 잡아 가뒀지만 곧바로 풀어줬고, 그때만 해도 아사드는 살아있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아사드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견을 냈다.

미국은 자국 시민권자가 사망한 데 대해 강력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아사드는 미국인”이라며 진상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스라엘은 작전을 수행한 장교 2명을 해고하고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경고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선 1년 이상 응답을 미뤘고, 결국 이날 이대로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아사드의 죽음이 군인들의 행동 때문인지, 그의 건강 상태 때문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양측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개편 추진과 팔레스타인 유대인 정착촌 확장 문제 등 현안마다 미묘한 견해차를 노출한 데다가 아사드의 자녀와 친척들이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경향신문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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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은 이스라엘과 분쟁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힘을 실어주며 중동에서의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베이징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1967년 국경선을 기초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완전한 주권국 팔레스타인을 건설해야 한다”며 “이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1967년 국경선’은 그해 벌어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의미한다. 당시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 국가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를 시 주석이 거들고 나선 셈이다. 시 주석은 또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을 돕겠다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약속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을 향한 중동의 여론이 좋지 못한 사이 중국이 팔레스타인을 지렛대로 아랍권에 접근했다”며 “중국으로선 잃을 게 없는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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