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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시위와 파업

대법 "노조원 개인 책임 제한해야"… 불법파업 손배訴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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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손들어준 대법 ◆

매일경제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이 노조 관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현대자동차가 사내 하도급 노조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인들이 20억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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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5일 현대자동차가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파기 환송하자 산업계와 여권에서는 당장 사법부가 야권이 추진 중인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이번 판결로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대해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염려가 크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는 2010년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울산공장 1·2라인을 점거했다. 사측은 공정이 278시간 동안 중단되면서 큰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개별 조합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책임을 묻는다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지 등이다.

1·2심 모두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조합원 책임을 50%로 제한해 전체 배상금을 135억7000만원으로 산정했으나 법원이 판결하는 배상금이 원고 측 청구액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에 총 20억원의 배상금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날 쟁의행위의 불법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책임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특히 '헌법상 단결권 약화 우려'까지 언급하며 노동 쟁의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적 손배소와 노조를 상대로 하는 손배소는 다르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돼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해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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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며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단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추진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 쟁점 조항의 입법 목적과 상당 부분 일치해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자 개인이 노조 활동 때문에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에 휘말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게 애초 해당 법안의 취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판례를 수립해 노란봉투법 입법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효력을 갖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 대법원 관계자는 "노동쟁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조합원별로 책임 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밝힌 사례"라고 자평했다.

한편 대법원 3부는 현대차가 2013년 7월 비정규직 지회의 울산3공장 점거로 조업이 63분간 중단돼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서도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생산이 감소하면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추정한다'는 기존 판결례를 깨고 "쟁의 종료 후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됐다면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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