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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 ‘불법파업 노조원 책임 입증’ 기업 부담 키운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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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별 액수 재산정” 파기환송

불법 책임 인정, 면죄부 될 수 없어

노란봉투법 입법 동력 삼지 말아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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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어제 현대자동차 불법파업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각각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불법파업에 참여한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액을 일괄적으로 판단한 건 잘못이므로 손해배상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노조원도 불법파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함을 재확인한 판결이지만 사측의 입증 부담을 키운 것이라서 우려스럽다.

대법원은 2010년과 2013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조합과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조합원 손배액 산정을 놓고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노조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 관여 정도 등에서 조합원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으므로 노조에서 지위와 역할, 파업 참여와 정도, 손해발생 기여 정도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새 해석을 내놓았다. 노조와 간부 주동자, 일반 참여자의 배상액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로 개별 노조원의 손배액까지 일일이 따져 청구해야 하는 기업 측 부담이 커졌다. 민법상의 공동 불법 행위자의 연대책임과 어긋나기도 한다. 대법원이 노사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 판례를 대법관 14명의 전원합의체가 아닌 4명의 소부에서 제시한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애초 소부에 있다가 전원합의체로 간 사건을 다시 소부로 내려보낸 자체가 부담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한국노총은 어제 논평을 내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 폭탄에 제동을 건 판결을 환영한다”며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묻지 마’식 손배 청구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로,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비슷한 취지의 성명을 냈으나 대법원 판결은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 엄중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음을 깨달아야 한다.

언뜻 이번 판결이 거대 야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취지와 비슷하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도 노동쟁의에 대한 손배 청구에서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는 하청업체 노조가 대기업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도 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자칫 ‘파업 공화국’을 만들 판이다. 야당과 노동계가 이번 판결을 ‘노란봉투법’ 입법 동력으로 삼으려 하는 건 아전인수격 해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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